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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세부부 Oct 30. 2021

이게 도대체 얼마 만에 듣는 MBTI냐?!

MBTI 검사

c인턴이 어느 날 문득 MBTI를 물어본 적이 있다.

MBTI?

아는 단어이긴 한데...

이게 도대체 얼마 만에 듣는 MBTI냐?!

c인턴은 본인의 MBTI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고

난 30년에 만에 화학 원소 기호를 들은 사람처럼 어? 어? 하는 표정으로

꿀 먹은 벙어리처럼 멍하니 c인턴을 쳐다봤다.


c인턴은 12분이면 마칠 수 있는 MBTI 링크를 보내줬고

난 집중해서 답변을 선택해 나갔다.


결과는요. 두두두두두두. ENTJ

이게 뭐지? 대담한 통솔자?

통솔자인데 대담하기까지 하다?

(블로그 이웃들이 ENTJ를 보고 눈과 입이 커지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c인턴에게 내 MBTI는 ENTJ라고 했더니 눈이 커지며 잠시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왜요? 안 좋은 거예요?

아니요.. 그게.. 스티브 잡스와 고든 램지가...ENTJ

허걱. 저 그러면 똘아이인거죠?


3년 6개월 전, 전 직장 입사를 위해 면접을 볼 때다.

1차 기술 면접을 끝내고 얼마 후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2차 임원 면접 전에 참고 자료를 쓰기 위해 인/적성 검사를 한다고.

메일로 링크를 보내줄 테니 신중하게 풀어달라고는 부탁과 함께.


난 1시간 넘게 열심히 답변을 선택했다.

그리고 또 얼마 후, 회사 인사팀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인/적성 검사 결과가 이상하는 것이었다.


네에? 저는 1시간 넘게 집중해서 문제를 풀었는데요?

아네. 답변에 일관성이 없는 것 같다는 피드백이 있어서요.

저는 장남 삼아 답변을 대충 선택한 것은 없었습니다.

다시 인/적성 테스트를 해도 결과는 동일할 것입니다.

그럼 죄송하지만 다시 해주시겠어요?

네에.


난 일주일 만에 인/적성 테스트를 다시, 열심히 풀고 제출했다.

그 이후 인사팀에서 결과를 다시 알려주는 않았지만

결과는 동일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랬나?

내가 똘아이 기질이 있어서...


퇴근 후에 인터넷을 좀 찾아보니

c인턴이 왜 내 MBTI를 듣고 살짝 당황했는지 이해가 갔다.


내 MBTI는 성격 더러운 순위에서 2위였다.

그래서 내 근처에 똘아이가 없었던 건가?

그래서 난 직장 생활이 즐거웠던 건가?

그래서 나만 행복했던 건가?

(진짜 줄 알겠다. 그만하자!)

크하하.


혹시나 몰라 아내에게도 MBTI를 해보라고 했는데

허걱. 아내는 3위(INTJ)였다.

우린 똘아이 부부였구나~ 크하하.

그나마 아내가 1위가 아니라서 좀 위안이 됐다.

사실 내가 1위를 차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출처: https://www.fmkorea.com/3970954060

ENTJ의 특징은 대충 이랬다.


- 천성적으로 타고난 리더다.

(그런 것 같긴 하다. 아내는 나를 보며 리더 하지 않으면 병 걸리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내가 나대지는 않는 사람인데... 쩝)


- 크든 작든 성취 가능한 도전에 매력을 느낀다.

(맞다. 80% 정도)


- 기업 관련 협상이든, 자동차 구매를 위한 협상이든 통솔자형 사람은 우위를 선점한 채 한 치도 뒤로 물러서는 법이 없다. 이는 단순히 이들이 냉혈인이라거나 사악해서가 아니라 단지 도전과 지략, 그리고 상황에서 행해지는 상대방과의 재담(才談)을 진정 즐기기 때문이다

(이건 내 성향과 99% 일치한다. 세계여행 때 남미에서도 인도에서도 다른 사람들은 진절머리 나는 협상을 난 매번 즐기는 편이었다. 협상하면서 화를 낸 적이 거의 없었다).


- 단점도 많다. 감정 표현이 서툴고(이건 비동의), 혓바닥에 칼을 품고 있는 모양으로(인정. 20-30대 그랬다. 지금은 칼은 많이 작아졌고 무뎌졌다) 주위에 상처를 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그래서 30대 초부터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꼼꼼한 성격 때문에 사소한 실수를 쉬이 넘어가는 법이 없고(50% 인정) 새로운 지식, 도전에 관심이 많다(100% 공감).


아무튼 내 MBTI는 호불호가 갈리는 성격이다.

아래 ENTJ 빙고 판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단어는 '고양이과'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고양이를 좋아했던 것은 결국 ENTJ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였나?

인터넷에서 MBTI로 검색하니 별의별 것들이 나왔다.

MBTI 유형별로 삶의 모습, 궁합, 성격 더러운 순위, 퇴사 이유, 자살률까지


그러다 문득 20대들은 왜 이렇게까지 MBTI에 열광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행인 건 알겠는데... 왜지?

포트폴리오를 보다 보면 이력서MBTI 앱을 만든 학생들도 종종 보인다.

왜지?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그럴듯한 기사가 보였다.

아~ 나를 포함해 타인을 좀 더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겠구나!

물론 MBTI를 맹신할 필요는 없겠지만...


예전에는 혈액형이나 사상체질로(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 알죠?)

사람들의 기질과 성격을 파악했는데 요즘에는 MBTI로 넘어간 것 같다.

유튜브에서 MBTI로 검색하면 동영상이 끝없이 나온다.


MBTI를 통해 나를 알고 상대방을 알고

그것을 매개체로 서로 오해를 줄이고 이해할 수 있는 폭과

공감이 넓어질 수 있다면 긍정적인 측면이 많은 것 같다.


MBTI 관련 내용 중에 나에게 가장 소오름 돋는 문장은 이거였다.

"내 편이면 최고! 적으로 만나면 최악인 MBTI 유형 INTJ(내아내)와 ENTJ(나)"


아내와 내가 적으로 만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잠시 동안 생각하면서 나도 모르게 머리를 흔들었다.


아... 이건 진짜 현실에서 '절대' 발생하면 안 되는 상황이다.

복수심 장난 아닐 거고, 피 튀길 때까지 싸울 거고,

목표를 위해서 물불 가리지 않을 거고,

결정적으로,

둘 중에 한 명이 항복할 때 또는 쓰러질 때까지 끝까지 갈 것 같다.

아내가 내 편이라 정말 다행이다.


혹시, 본인의 MBTI를 알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서 한번 해보시길...

난, 기대 없이 해봤는데 결과는 생각보다 잼있었다.

귀찮으면...그냥 패스하면 된다.

지금까지 모르고 살았는데 MBTI 성격 알았다고

인생이 드라마틱 하게 변하지는 않을 테니까~


어른들이 그러지 않는가?

사람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고.

MBTI도 사주팔자나 타로처럼 심심풀이 삼아 해보면 된다.

그리고 나처럼 아~ 난 똘아이였구나!

하고 한번 웃고 편안하게 잠을 자면 된다는 말이다.


https://www.16personalities.com/ko/%EB%AC%B4%EB%A3%8C-%EC%84%B1%EA%B2%A9-%EC%9C%A0%ED%98%95-%EA%B2%80%EC%82%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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