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작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iyodad Mar 31. 2020

2020작작 - 03 지금

지금을 담는 그릇

지금을 담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그릇은 무엇일까


어릴 때 쓰던 일기장을 펼치면 그 시절 지금이 가득한데

어렴풋이 떠오르는 이미지에 머릿속에 그 상황들이 온전히 그려지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그래도 마음의 지금을 담아내는 것은 여전히 글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림으로 지금을 남겨보려고 한적도 있었지만 좀처럼 늘지 않는 그림 실력과 조급한 마음 때문에 이미 그림을 완성하기 까지 수천개의 지금을 지나치고 있더라.


대학생이 되자 처음 디카가 대중화 되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디카다 너무 비싸 한톨 한톨 찍어내는 필름카메라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컷컷을 찍어내고, 현상을 맡기고 기다리고, 몇장을 인화해 보면서 사진을 찍던 당시의 지금을 회상하고, 친구들에게 인화한 사진을 나눠주며 지금 우리 같이 있었노라 함께 기억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어느새 그런 일들도 진부하지고, 또 다른 지금으로 채워지면서 때로는 현상도 되지 못한 채 잊혀져 갔다. 그래도 가끔 사진첩을 열어보면 서로의 얼굴 위에 떠있던 물음표까지 기억나는 좋은 도구였던 것 같다.


스마트폰이 일상화 되고 아이폰의 카메라가 소형 디카를 능가하게 될 쯤, 비로소 정말 지금 이 순간을 담아서 확인 할 수 있는 도구가 생겼다. 그래서 찍고 또 찍어서 핸드폰에 고이 담아 놓지만, 이상하게도 다시는 열어보지 않는 지금이 오히려 많아졌다.


이제 또 무엇으로 지금을 기억하려고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