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작 2020-07
요즘 카트라이더를 열심히 하고 있다. 간만에 팀 사람들이랑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난 것이다. 아직은 초록별 장갑에 불과하지만 조만간 무지개 장갑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한 때 무지개 장갑을 가진 적이 있었다. 대학 입학 후 카트라이더가 한창 유행일 때 PC방에서 열심히 레벨업을 하며 무지개 장갑을 땄던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잊고있었다.
그 시절을 회상해보면 막상 무지개를 딴 후에는 감흥이 없었다. 무지개 위에도 무수히 많은 레벨이 존재했고, 나는 그만큼 열심히 할 열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옆에서 구경하던 초딩들은 무지개를 엄청 부러워했었다. 그리고 곧 그들도 무지개 장갑을 갖게 되며 무지개 장갑도 별개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겠지.
과학적으로도 무지개란 원래 그런 것이기도 하다. 빛이 물방울을 통과하며 산란되면서 가시광선이 분광되어 눈에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무지개가 발생되는 곳에서 있는 사람은 무지개를 볼 수가 없고, 오히려 멀리 있는 사람이 무지개를 보며 무지개 속에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 하게 된다.
누구나 타인의 삶은 무지개 처럼 느끼기 쉬운 것 같다. 유명 대기업에 다니거나, 즐거워 보이는 스타트업에 다니거나 하는 것을 보면 난 왜 여기서 재미도 없고, 무료한 일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그 안에서 이게 무지개가 맞나 싶은 생각을 하기도 하며 무료한 일상을 보낼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카트라이더를 다시 시작 했어도, 그 시절 드리프트 감각이 남아 있어 곧잘 즐겁게 게임을 할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이 누군가에게는 무지개로 보일지도 모르고, 내가 다른 사람 머리위에 무지개를 보며 부러워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조금만 멀리 나아가보면 지금 내가 꾸역꾸역 해내고 있는 일들이 언젠가 스스로를 무지개로 만들어 주는 일들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