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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치율 Jul 29. 2021

기회는 예고 없이 찾아 올 것 같지만

항상 시그널을 보내고 있었다.


Are you interested in working in the US?


미국 본사 출장 마지막날, 점심을 먹던 중 미국인 본사 디렉터가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식사 중 오갈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지만, 반대로 상당히 조심스러운 질문이기도 하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에게 본사, 그것도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는 커리어 개발 이외에도 많은 혜택과 장점이 있기에, 많은 직원들이 오랫동안 그 기회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입사 2년차 였고, 첫 미국 출장이었기에 마음에 두지 않고 가볍게 이야기했다.



Sure, why not?

3개월 뒤 나는 회사로 부터 최종인터뷰 합격소식을 듣고 그로부터 다시 3개월 뒤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에서의 내 직책은 Marketplace Intelligence Analyst 였다. 한국시장의 매출, 재고, 주문 현황등을 정리하고 분석해서 미국으로 리포팅 하는 역할이다. 분석자료를 메일로 보내기만 하면 되기에 본사와의 미팅도 많지 않고 출장 기회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출장 가시는 분들의 자료를 준비해 주고 서포트 하는 역할이었다. 그러던 중 옆 부서의 상무님께서 본사에서 교육이 있는데 지금 막 입사한 신입사원 혼자 보내기가 걱정 된다며 나에게 같이 가는 걸 제안을 주셨다. 정해진 인원보다 출장인원이 늘어나면 해당 예산은 본사가 아닌 지사 쪽에서 부담해야 했기 때문에 파이낸스 상무님의 동의가 필요 했다. 마침 두 상무님 모두 내 분석리포트에 단골 고객님들이었고 흔쾌히, 나의 첫 출장을 추진해 주셨다.


이메일만 주고 받던 본사 팀 미국인 동료들에게 출장 소식을 알렸다. 다들 너무 축하해 주면서 꼭 오면 식사를 같이 하자고 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밥 한번 먹자는 이야기는 똑같은 것 같다. 설레는 마음으로 본사 첫 출장을 가게 되었고, 마지막날 본사 디렉터가 나에게 점심을 제안 받았다. 댄은 내 한국 팀장의 매니저로 본사 분석팀 디렉터이다. 메일을 보낼 때 to가 아닌 cc에 들어가는 사람으로, 개인적으로 이메일을 주고 받거나 나에게 업무를 바로 지시하는 관계는 아니다. 그런 그가 나에게 캠퍼스 투어를 시켜주고 싶다며 점심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였고, 그 때 이 예상치도 못한 제안을 했던 것이다.


이후에 댄은 나의 하이어링 매니저가 되었고, 나는 본사 첫 2년 동안 그와 같이 일했다. 미국에 와서 팀빌딩 중에 우연히 그 때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나를 어떻게 알고 그 때 그런 제안을 했냐고.


‘일단 나는 니가 내 제안을 흔쾌히 받아줘서 너무 좋았어. 너는 모르겠지만 본사에서 너의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어. 니가 보내는 분석리포트는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우리가 질문을 할 때 마다 너는 친절하고 빠르게 답변을 해줬어. 내가 직접적인 메일 체인에 있지 않았지만 오가는 메일을 통해서 나는 이미 너에 대해 확신이 있었어. 내 팀 멤버 모두가 너에 대해 나와 똑같이 좋게 평가했고 같이 일하고 싶어 했어. You deserve it!'


진한 여운이 남는 대화였다. 생각해보면 나는 성격이 급해서 답변을 해야 하는 메일이 오면 거의 실시간으로 메일을 보냈던 거 같다. 내가 만든 리포트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고마웠고, 내가 만든 것이었기 때문에 큰 수고 없이 답변을 했는데 그게 좋은 인상을 주었던 것 같다.


기회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 같으면서도 항상 시그널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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