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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효진 Nov 25. 2021

아이 첫니가 빠진 날

첫 아이의 처음은 엄마 아빠가 더 호들갑이지

 어제 밤에는 며칠 전부터 흔들거리던 이를 뽑았다. 7-8살 쯤 빠지는 걸로 생각해서 여섯살인 아이 이를 뽑게 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물론이고 남편도 얼떨떨한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어디서 들었는지 이빨요정이 가져가면 황금을 주고 간다면서 그걸로 장난감을 사고싶다는 말을 했다. 베개밑에 두고 자겠다나. 엄마아빠는 이빨요정을 모른다고 대답해주고 대신 용감하게 울지 않고 잘 뽑았으니 자그마한 장난감을 하나 사주겠다고 했다. 치과에서 뽑아줄까도 싶었지만 정말 유치는 뿌리가 깊지 않고 엊그제 1차 시도에서 피를 살짝 보아서 기초작업이 되어있던 탓에 어제밤은 너무도 간단하게 거사가 끝나버렸다. 아이들 앞니 빠진 채 웃는것도 귀엽고 이제 국수 끊어먹는것도 쉽지 않을것일테고 앞으로 하나씩 이가 더 빠지면서 발음 새는 귀여운 것도 다 기록해 놔야지.


 나는 빠진 이가 신기하고 귀여운 생각이 들어서 이걸 어디다 보관해야 하나싶은데, 남편은 무심하게도 뭘 그런걸 또 챙기냐고 그랬다. 그러면서 예전 산부인과에서 받아온 탯줄이 들어있는 캡슐이 어디있는지는 나보다 잘 알면서. 어쨌거나 검색만 해보아도 뽑은 유치를 보관할 수 있게 만든 제품들이 수도 없다. 첫니는 의미가 있지만 모든 이를 1,2번 대구치 소구치 위아래 구분해가면서 다 모을필요까지는 있을까 싶은데 또 모으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도 같다. 내가 어릴 적 이 뽑을 때는 처음 한두번이 무섭지 나중에는 정말 무심결에 스스로 뽑기도 했더래서 감흥은 많이 줄었었다. 우리 엄마만 신나서 흔들리는 이에 명주실 감고 이마를 탁! 치는데 그마저 소심하게 쳐서 몇번이나 실패를 거듭했던 기억도 선하다. 지금 나보다 한참 젊은시절의 엄마는 울상이 된 내 모습이 짠하면서도 귀여워서 연신 웃었더랬다.

 아이가 커가면서 만들어내는 첫 경험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기쁨이 부모에게는 큰 행복인 듯 하다. 그걸 지켜보고 축하해주고 그만큼의 성장이 감격스럽고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와중에 만들어지는 추억아니겠는가. 그래서 이 날을 잘 기록해두고 싶다.  


 자는 아이를 바라보면 서있을 때 보다 훌쩍 길어진 게 느껴진다. 사실 지금 키도 나와 몇십센치 차이도 안나는걸 보면 언젠가는 나보다 더 커질 수도 있겠다 싶다. 아이는 내년에 마흔 다섯살이 될꺼라는데 나는 일곱살 여덟살 아홉살 그리고 열살을 온전히 잘 커주면서 행복한 기억을 많이 쌓았으면 좋겠다. 행복한 시간은 천천히 흐르고 혹시 다가올 슬프거나 괴로운 시간은 빨리 지나가주었으면 좋겠다. 


 아마 오늘 어린이집에 가자마자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겠지. 선생님에게도 하나도 안울고 뽑았노라고 이빨요정에게 이빨을 주고 장난감을 받고 싶다고 또 재잘거렸겠지. 이렇게 기억하고 싶은 하루가 도 흘러간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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