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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스터 Chester Feb 29. 2024

술에 쩌든 나라

한국사회 관찰기: 넘쳐나는 스트레스

오랜만에 KBS의 추적60분 프로그램을 보았다(언젠가부터 방송 내용이 한 쪽으로 너무 쏠렸다는 느낌을 받아 한국 TV를 거의 보지 않고 있다). 유튜브 화면에 추천 영상으로 떠 올랐는데 그 날의 주제는, '젊고 멀쩡해 보이는 알코올 중독자들의 나라'였다.


해외에 살다가 온 사람의 눈에 곧바로 띄는 한국만의 모습. 어떤게 있을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아주 쉽게 눈에 띄는건 한국인들의 술에 관한 관대함이 아닐까 싶다. 

술 문제가 한국에서는 왜 사회 이슈화되지 않는지 정말 의아해왔었는데 KBS에서 이런 방송을 하는 걸 보면 인지하고 있는 한국인도 꽤 있나보다고 여겨졌다.


라오항공에서 일하던 날, 인천공항 레이오버가 있었다. 새벽 시간에 착륙하면 인천공항 옆 운서의 콩나물해장국 식당에 아침 식사를 하러 자주 갔었다. 갈 때마다 보았던 이상한 모습. 아침 6~7시, 그 시간부터 소주를 마시는 장면.. 다른 나라에서 본 적이 있던가? 아침부터 20도짜리 술을 마셔댄다...


이 뿐만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또 다른 모습. 음주에 대한 넓디 넓은 포용심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음주운전/무면허운전 경력의 국회의원 명단이 나올 정도로 규칙이 무너진 나라. 이런 인간들을 자신의 대표로 뽑아주는 국민들이 더 신기하기도 하다. 

국회의원들부터 지키지 않으니 한국 사회에는 술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일이 아주 흔하다. 술 마시고 사망사고 내고, 타인과 그 가족을 파탄내어 놓는다... 

미국에서 무차별 총기난사가 벌어진다면 한국에선 음주운전 무차별 사망사고가 벌어지고 있다. 

사회적 규칙을 위반한 자에게 너무나 관용적인 한국 판사들.. 자신에게 벌어지면 이렇게 처리하지 않겠지?


추적60분에서도 얘기했듯이, 한국에서는 술에 대한 접근성이 너무나 쉽고 술을 잘 마시는걸 능력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멀쩡해 보이는 알코올 중독자들의 나라로 만드는데 기여했음은 맞는 듯 하다.

하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교해 보면, 중요한 몇 가지가 빠져 있음을 알게 된다. 

높고 높은 스트레스. 그리고 사는가, 어떻게 사는가라근본적 문제가 그 것이다.


얼마 전 어떤 정신전문의의 강의를 들었는데 그 분의 말씀으로는, 한국에서는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쯤 되면 그 아이를 무엇(예: 의사)으로 키우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한다. 서울 강남권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지방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진다고 하더라고.

그 강의를 보며 여러 의아함이 들었다.. 아이들 인생은 없는건가?

캐나다에서 아이를 키우며 봐왔던 기억과 비교하게 되었다.

캐나다에서는 고등학교 3학년도 오후 3시경이면 집에 온다. 친구들과 놀거나, 돈을 벌러 가거나,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지 한국처럼 자정이 되도록 학원으로 뺑뺑돌질 않는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공부 공부 공부"에만 매달리며 인생을 거는 사회. 한국은 청소년 시절 때부터 이미 스트레스에 쩔게 되는 구조 아닐까?

대학 진학을 하지 않으면 이상한 인간이 되어 버리는 사회. 그 대학도 서열을 매기지. 수능시험일에는 항공기 운항이 제한을 받는 세계 유일의 국가. 스트레스가 축적되어 가고 있다.


직장 생활은 어떤가? 다른 분야는 몰라도 조종사 세계는 잘 안다. 내가 경험한 여러 국가의 조종실 문화는 아주 자율스럽지만, 유독 한국 조종실 문화는 눈치와 간섭이 심하다. 다른 나라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을 상황에서도 한국 조종사에겐 스트레스가 쌓여가고 있는거지.

도로에서 운전하다보면, 도로 그 자체도 스트레스를 팍팍 받게 만들어 놓았지만, 그 미친 도로 위에는 왠 미친 놈들이 그렇게나 많은지.. 레이싱 하듯 차를 몰며 자신의 스트레스를 다른 사람들에게 팍팍 전가하고 있다.


서구 문화는 가족 중심이라고 한다. 캐나다에서 살던 우리 가족도 당연히 가족 중심이었다. 

아침, 저녁 식사 시간엔 (캐나다에 있을 땐) 항상 온 식구가 함께 앉아 음식을 같이 먹으며 대화했고, 여행을 다닐 때도 가족이 함께 움직였다.

이민자이기에 친구가 적어 친구와 어울릴 기회가 적기도 했겠지만 사회 분위기 자체가 그러했고 그 분위기는 우리 가족과 잘 어울렸다.

한국에 돌아온 후 주위를 돌아보니 한국 가정은 각개전투를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지인의 예를 들면, 아빠는 새벽 출근, 한밤중 퇴근. 맞벌이 엄마가 등교를 챙겨주고 아이들은 하교 후 학원 셔틀로 뺑뺑이. 저녁은 아이끼리 대충. 가족이 마주 앉아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기회는 1주일에 잘 해야 한 번이더라고.

따뜻한 가정은 한국 사회에선 기대하기 너무 어려운 것일까? 


세계에서 잘 사는 나라 10위권에 한국이 들었다고 매스컴에서 엄청 떠들어 댄다. OECD가 어떻고 저쩠고 하면서.. 돈은 많이 번 건 맞는 것 같은데 그 돈은 무엇을 위해 열심히 벌었던걸까? 비싼 차와 넓은 평수의 아파트, 그리고 명품백을 위해서???

남과 비교하는 한국인. 이 또한 스트레스의 원인이겠지. SNS가 젊은 사람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였다고들 하지.


스트레스가 흘러 넘치는 사회. 그리고 그 스트레스를 주위에 널려 있는 술로 손쉽게 해결하려는 나라, 한국.

획일화 보다는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며 가족 중심의 생활로 삶의 구도를 바꾸어 나간다면 그나마 스트레스가 낮아지고 한국 사회가 술로부터 깨어가지 않을까 싶다. 

행복은 미래에 존재하는게 아니고 현재를 행복하게 사는건데...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_nbMwItYaucUgWhh4jCqeVDBuVB-CId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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