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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계형 개발자 May 13. 2018

천재는 생각보다 많지않다

충분한 경험과 시간이 전문가를 만든다.

아인슈타인은 타고난 천재였을까 아니면 꾸준한 노력파였을까?

여기서 정의하는 천재는 압도적인 두뇌 능력의 소유자이며 나 같은 일반인들은 무한한 노력을 들여도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인물을 말한다. 학부생일 때 나는 밤샘하면서 해결한 과제를 두세 시간 만에 척척 해내는 친구들이 있었다. 나는 오랜 시간 끝에 알아낸 아이디어를 친구들은 숙제 pdf 파일 쓰윽 보면서 "별거 아니네" 하고 노트북을 덮고 술을 마시러 가는 일이 비일비재했었는데 이 친구들은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내 능력으로는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부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겁이 났었다. 성적 싸움은 밀려도 나중에 밥그릇 싸움에서 밀리면 큰일인데. 저 친구들 나중에 내가 전혀 손도 못 대는 것들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닐까. 그럼 나는 뭐 먹고살지.


그런데 실제 세계에선 천재 같은 사람들이 흔하지 않다. 입사 초기 내게는 넘사벽처럼 보이던 사람들은 이미 그 분야에 오랜 기간 몸담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긴 시간 동안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방대한 배경 지식이 쌓고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서 그들의 두뇌는 그 분야의 개발에 최적화되도록 변했다. 초심자와 달리 이들은 실수하는 경우가 드물고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매번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데 사실 이 모든 것은 경험에 근거한 학습 결과였다. 이들 또한 초심자일 때는 같은 실수를 반복했었으나 상사의 꾸지람을 받고 자괴감을 느낀 후에야 실수를 줄이게 됐고 오랜 기간 동료와 함께 풀어보면서 쌓인 경험과 배경지식 덕분에 창의적인 솔루션을 내놓을 수 있었다. 전혀 그들처럼 될 수 없을 것 같았던 나도 2년이란 시간이 지나고서부터 실수가 줄었고 가끔은 나름 괜찮은 솔루션을 내기도 했다. 또한 천재 같아 보이던 그들도 생소한 분야를 접할 때는 2년전 내 모습과 같았다. 충분한 경험과 시간 없이는 그들도 초심자와 같았다.


충분한 경험과 시간이 전문가를 만든다.


물론 동등하게 제로베이스에서 똑같은 교육을 받아도 다른 사람보다 좀 더 일찍 해내는 사람들도 물론 존재한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잘하는 사람들은 그들은 애초 그 분야에 관심이 많거나 특별한 노력을 들인 사람들이지 월등한 두뇌를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초반에 좀 뒤처진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들인다면 그들처럼 될 수 있다. 열등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돌이켜보면 두세 시간 만에 과제를 척척 해결하던 친구들은 주로 어릴 적부터 정보올림피아드를 준비하며 코딩을 오래 해본 친구들이었다. 역으로 그 친구들이 나처럼 밤새도록 프로젝트를 매달려야 했다면 그것이야 말로 이상한 일이다. 그 시절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나도 이젠 밤새도록 매달렸던 프로젝트를 2~3시간이면 풀 수 있는 수준이 됐다. 확신하건대 4년 동안 나의 두뇌 능력은 더 퇴화했으면 했지 획기적으로 발전했을 리는 없다. 그 당시 친구들에게 부러워했던 것은 범상치 않는 능력이었지만 사실 내게 필요했던 것은 오랜 기간 쌓아둔 경험치였다. 나는 밤샘하면서 경험치를 쌓아두고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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