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나의 첫 사무실은 삼각형이었다. 수원에 있던 인큐베이션 기관을 졸업하고 처음 차린 나의 첫 사무실.
삼각형 사무실로 이사하던 날, 친구는 만원 아끼자고 빌린 하얀색 레이에 짐을 잔뜩 싣고, 룸미러가 안 보인다고 덜덜 떨며 운전을 했다. 친구가 운전 연수를 받고 난 후 첫 운전이었다. 첫 운전이 수원에서 부천까지라니,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무서울법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300에 30, 3층의 구석을 애매하게 잘라놓은 삼각형 사무실에 입주했다. 건물주가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역력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가 있어 더 이상 손으로 짊을 옮길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기뻤다.
삼각형 오른쪽 변에는 라꾸라꾸 침대를 들여놓았다. 열선까지 내장된 모델이었다. 나중에 이벤트용으로 리락쿠마 인형탈을 중고 구매했는데, 자리가 없어 그 침대에 올려놓았다. 어울리지 않게 통창이었기 때문에, 에어컨을 틀어도 더웠고, 라디에이터를 틀어도 추웠다. 여름엔 선글라스를 껴야 할 정도로 빛이 들어왔다.블라인드가 그렇게 비싼 것이었는지 처음 알았다. 난방 대책도 없었기 때문에 라디에이터는 내가 따로 들여왔다. 여름에는 땀을 뻘뻘 흘리고 겨울에는 벌벌 떨었다.
화장실은 더럽고, 복도는 좁았다. 같은 층 옆 옆 사무실에는 대부업체가 있었다. 수염을 기른 무서운 형들이 앞니 사이로 침을 뱉고 다녔다.
1층에는 주문하면 30분 후에 음식을 주는 간장게장집이 있었고, 이디야 까페가 있었다. 옆 건물에 있던 김치찌개 집은 꽤 맛있어서, 부천에서 조차 밥 먹자고 줄을 서야 했다.
통창에는 비둘기가 보였다. 정확히는, 비둘기가 만들어놓은 도심의 오물과 비둘기 둥지가 보였다. 그마저도 통창 특유의 열악한 개폐 방식 덕분에 제대로 구경하기도 어려웠다.
돈 한 푼 없었고, 언제 벌릴지도 요원했지만 하루하루 기뻤고, 하루하루 즐거웠다. 내 운명을 나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그 생각이 나를 가득 차게 만들었다.
친구들과의 약속 덕분에 오랜만에 그 사무실 근처에 다녀왔다. 투자를 받고, 다시 한번 레벨업을 하리라 기대하며 부천을 떠난 지 벌써 5년이 다 된 때다.
허무하게도 그사이 첫 회사를 정리하고, 남들 같은 평범한 직장에 다녔다. 빠르게 인정받았고, 단단히 자리를 잡았다.
오랫동안 느껴졌던 공허한 마음이 직장인으로서 커리어 고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의 삶의 방식에 직업인으로서 의문을 품고 있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