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는 첫사랑이 있듯이.

kick the bucke (1)

by 민희
방콕에서의 첫날, 목적지 없이 거리를 걷는 나에게 "여긴 방콕이야! 즐겨!"라고 속삭여주던 장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해외 한 달 살기'는 한 번쯤 꿈꿔보거나 계획해 봤을 것이다. 나 또한, 버킷리스트에 잘 담아뒀었지만, 이루기 위해선 큰 용기가 필요했다.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의 목록)라는 말은 'kick the bucke'(양동이를 차다)에서 유래됐는데, 과거 교수형 집행 시 죄수가 양동이를 걷어차는 순간을 비유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죽다'라는 의미로 쓰였다. 죽음을 눈앞에 둔 죄수가 양동이를 걷어차기 전에 느꼈을 그 두려움이 나에게도 가득했던 것이다.


현대에서는 버킷리스트를 단순한 목록이 아닌, 삶의 의미를 찾고 목표를 달성하는 도구로 재해석한다. 결국 우리가 삶의 의미를 찾고, 계획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두려움에 맞설 용기가 필요하다. 나에겐 그 용기가 양동이에 채워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막연하게 채워 나가지 못한 이유도 있었지만..


대학원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 취직을 했다.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라 매일 소진되는 내 마음엔 충전기가 필요했고, 나에게 그건 '여행'이었다. 감사하게도 근무 조정이 자유로워서 근무했던 17개월동안 다섯 번의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여행을 다녀오면 나는 100% 충전이되어 있었고, 일을 하다 보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하다가 배터리가 26% 정도 남았다 싶으면 여행을 계획했고, 3%정도 남았을 때 공항으로 출발했다. 늘 꺼지기 전에는 나를 충전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나는 나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충전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핸드폰에는 배터리 성능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배터리가 신품이었을 때와 비교해 현재의 배터리 성능을 보여주는 수치인데, 낮을수록 충전 후 핸드폰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 일을 하다보니 생각보다 그 수치가 빠르게 낮아졌고, 성능 최대치가 50%까지 내려가자 '이거 안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계획했다. 그동안 양동이에 담아 두었던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