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는 첫사랑이 있듯이.

롱 타임 노씨, 치앙마이(1)

by 민희

치앙마이 기차역에 도착해 사람들이 가는 길을 따라나섰다.


역 밖으로 나가 '치앙마이 도착!' 하며 콧바람을 들이마신 순간,

"와~ 익숙한 냄새, 또야?"라고 내뱉었다.

내가 한 말인데도, 어색했다.


'분명 여기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무슨 말이지?'


한 달 살기를 기대하며 왔던 나는,

막상 도착하니 "한 달 동안 뭐 하며 지내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늘 새로움을 좋아하던 내가, 이번엔 익숙함 속에 있었다.

막말로 치앙마이 공기마저 지루하게 느껴졌다.


지루해도 역을 벗어나야 했기에, 택시를 잡기 위해 볼트&그랩을 불렀지만, 쉽게 잡히지 않았다.

도저히 안 잡히면 택시 영업을 당하거나 썽태우를 타야지 했는데..

그랩 잡느라 핸드폰만 보던 고개를 든 순간, 치앙마이 기차역 내가 전세 낸 줄 알았다.

정말 덩그러니 나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다들 나 빼고 단체여행 왔나? 싶을 정도로, 나만 남아 있었다.

KakaoTalk_20251123_233257046.jpg 다들 어디 가셨나요..?

기차역에서 숙소까지는 도저히 걸어갈 수 없었다.

물론 걸어갈 수는 있었지만, 25kg 캐리어에 10kg 백팩, 5kg 서브백을 들고 갈 자신은 없었다.


그랩을 한-참 들여다보니, 원래 가는 비용의 약 7배를 불러야만 올 택시가 있었다.

이 비용이면 동남아 여행 기간 동안 그랩 바이크를 탈 수 있는 금액이었다.

기억으로는 35,000원 정도, 800바트 이상이었다.


도착하자마자 현타가 와서 속상했는데, 돈까지 뜯기니

치앙마이에게 괜히 서운한 마음까지 들었다.


무튼 돈으로 안 되는 건 없었다.

비싸게 부르니 바로 택시가 잡혔고,

비싼 만큼 좋은 차가 와서 그나마 덜 아쉬웠다.


레지던스 가는 길..

창밖을 보며, 익숙한 풍경에 마음은 더 무거워졌고,

현타는 점점 깊어져만 갔다.

(웃긴 건, 이게 고작 치앙마이 세 번째 방문이라는 것ㅎ)


돈 아깝게도 숙소는 왜 이리 가까운지... 10분 만에 도착했다.

10분에 35,000원이라... I'm a rich girl....:)

기사님 나 내려주고 퇴근하셨을 듯.


한 달 동안 나를 품어줄 레지던스에 도착해 체크인을 시도했지만,

너무 이른 아침이라 직원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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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예뻤던 레지던스 :)

로비 소파에 앉아 한참 멍하니 기다리니, 직원이 나타났다.

직원은 내가 있건 말건 들어가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아직 출근 시간이 아닌 모양이었다.


밥 먹는 시간을 조금 기다리다가,

이른 기상으로 몸이 너무 피곤해 얼른 짐을 맡기고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조심스레 들어가 체크인을 요청했지만, 얼리 체크인은 어렵다고 했다.

괜찮아, 이 짐들만 맡길 수 있다면..


현재 오전 8시 30분,

제대로 씻지도 못한 상태로 14시까지 돌아다녀야 했다.

그럼에도 치앙마이 3번째 방문인 나는,

뭐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할지 대충 그림이 그려졌다.

첫 계획은 15분 거리에 있는 마야몰.

하지만 마야몰은 10시에 오픈.

그전까지는 동네 한 바퀴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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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치앙마이 오랜만이야.

'근데.. 나 너무 졸려....'

올드타운 길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아니 거의 버리고 있었다.


쉽지 않았다.

내 계획과 달리, 설렘은 전혀 없었다.


첫사랑은 원래 쉽지 않다는 말이 떠올랐다.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겠)지만,

여행을 마치고 뒤돌아보니

이 비유가 딱 맞았던 것 같다.


이 때는 몰랐겠지,

치앙마이가 내 첫사랑이 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