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타임 노씨, 치앙마이(1)
치앙마이 기차역에 도착해 사람들이 가는 길을 따라나섰다.
역 밖으로 나가 '치앙마이 도착!' 하며 콧바람을 들이마신 순간,
"와~ 익숙한 냄새, 또야?"라고 내뱉었다.
내가 한 말인데도, 어색했다.
'분명 여기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무슨 말이지?'
한 달 살기를 기대하며 왔던 나는,
막상 도착하니 "한 달 동안 뭐 하며 지내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늘 새로움을 좋아하던 내가, 이번엔 익숙함 속에 있었다.
막말로 치앙마이 공기마저 지루하게 느껴졌다.
지루해도 역을 벗어나야 했기에, 택시를 잡기 위해 볼트&그랩을 불렀지만, 쉽게 잡히지 않았다.
도저히 안 잡히면 택시 영업을 당하거나 썽태우를 타야지 했는데..
그랩 잡느라 핸드폰만 보던 고개를 든 순간, 치앙마이 기차역 내가 전세 낸 줄 알았다.
정말 덩그러니 나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다들 나 빼고 단체여행 왔나? 싶을 정도로, 나만 남아 있었다.
기차역에서 숙소까지는 도저히 걸어갈 수 없었다.
물론 걸어갈 수는 있었지만, 25kg 캐리어에 10kg 백팩, 5kg 서브백을 들고 갈 자신은 없었다.
그랩을 한-참 들여다보니, 원래 가는 비용의 약 7배를 불러야만 올 택시가 있었다.
이 비용이면 동남아 여행 기간 동안 그랩 바이크를 탈 수 있는 금액이었다.
기억으로는 35,000원 정도, 800바트 이상이었다.
도착하자마자 현타가 와서 속상했는데, 돈까지 뜯기니
치앙마이에게 괜히 서운한 마음까지 들었다.
무튼 돈으로 안 되는 건 없었다.
비싸게 부르니 바로 택시가 잡혔고,
비싼 만큼 좋은 차가 와서 그나마 덜 아쉬웠다.
레지던스 가는 길..
창밖을 보며, 익숙한 풍경에 마음은 더 무거워졌고,
현타는 점점 깊어져만 갔다.
(웃긴 건, 이게 고작 치앙마이 세 번째 방문이라는 것ㅎ)
돈 아깝게도 숙소는 왜 이리 가까운지... 10분 만에 도착했다.
10분에 35,000원이라... I'm a rich girl....:)
기사님 나 내려주고 퇴근하셨을 듯.
한 달 동안 나를 품어줄 레지던스에 도착해 체크인을 시도했지만,
너무 이른 아침이라 직원이 보이지 않았다.
로비 소파에 앉아 한참 멍하니 기다리니, 직원이 나타났다.
직원은 내가 있건 말건 들어가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아직 출근 시간이 아닌 모양이었다.
밥 먹는 시간을 조금 기다리다가,
이른 기상으로 몸이 너무 피곤해 얼른 짐을 맡기고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조심스레 들어가 체크인을 요청했지만, 얼리 체크인은 어렵다고 했다.
괜찮아, 이 짐들만 맡길 수 있다면..
현재 오전 8시 30분,
제대로 씻지도 못한 상태로 14시까지 돌아다녀야 했다.
그럼에도 치앙마이 3번째 방문인 나는,
뭐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할지 대충 그림이 그려졌다.
첫 계획은 15분 거리에 있는 마야몰.
하지만 마야몰은 10시에 오픈.
그전까지는 동네 한 바퀴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근데.. 나 너무 졸려....'
올드타운 길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아니 거의 버리고 있었다.
쉽지 않았다.
내 계획과 달리, 설렘은 전혀 없었다.
첫사랑은 원래 쉽지 않다는 말이 떠올랐다.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겠)지만,
여행을 마치고 뒤돌아보니
이 비유가 딱 맞았던 것 같다.
이 때는 몰랐겠지,
치앙마이가 내 첫사랑이 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