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을 떠날 채비
유독 한 가지를 오래 못했다. 뭐든지 끈기가 없었다. 재미를 느껴도 3달 혹은 6달 정도 되면 하기 싫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애초에 무언가 시작하려면 강한 흥미와 필요성을 느껴야 하는데, 어렵게 시작하고 나서도 꾸준히 하지 못하니 무슨 일이든 흐지부지 되기 일쑤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실패를 경험한 이후에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 가지는 것이 더 힘들었다.
어릴 적부터 통통한 몸매였다. 항상 피곤하고 축축 처지는 몸 컨디션을 가지고 살았다. 컨디션을 회복하는 방법은 카페인에 의존하는 것 밖에 없었다. 어느 날 카페인에 의존하지 않고도 몸 컨디션을 회복하고 싶다는 니즈와 20대의 아름다움을 최대로 끌어올려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아 27살의 겨울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되었다. 그때 몸무게는 66kg이었고, 허리 사이즈는 30이었다. 지난날 인생 최대로 찍어봤던 몸무게는 70kg이었다. 언제나 과체중 혹은 비만의 경계에서 살았다.
이전에도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시도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결과는 항상 스트레스를 받고 폭식하며 포기하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실패 또한 의미가 있다. 재미없는 운동과 무리한 식단을 통해서는 꾸준히 다이어트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만약 몸매관리를 다시 하게 된다면 재밌어하는 운동을 찾아야 하고, 먹고 싶은 음식도 먹어줘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찾게 된 운동이 요가였고, 식단을 많이 하지 않고 먹는 양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100전 100승이라는 말이 있다. 여러 번 실패를 거듭한 후 완벽한 다이어트 계획을 세운 것이다.
운동과 식단의 결과가 눈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최소 3달은 필요했다. 그 기간 동안 나는 살 빼는 것이 너무 간절했기 때문에 일상을 잘 살아내기가 어려웠다. 머릿속은 온통 운동과 식사로 가득했다. 너무나 간절하다 보니 평소 기질적 한계라고 느꼈던 '꾸준히 하기'가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대충 하고, 핑계 대고, 미루던 버릇은 나에게서 찾기 어려웠다. 몰입하고, 최선을 다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포기하고 싶을 때에는 김연아 선수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무슨 생각을 해요. 그냥 하는 거지."
그렇게 목표했던 몸무게 55kg를 달성했을 때 나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많이 변화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때 자리 잡게 된 마인드가 지금의 나를 만들기도 했다. 오늘날 자발적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자기 계발하도록 만드는 마인드셋의 기초체력이 되어주었다. 결국 운동은 나에게 신체체력만 증가시킨 게 아니라, 삶을 더 긍정적으로 노력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마음체력도 증가시킨 것이다.
다이어트를 성공했을 때 나는 스스로가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해 목표를 성취해냄으로 자신감도 많이 향상되고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꾸준히 하지 못하는 내게 꾸준히 할 수 있는 첫 번째 도전물이 '다이어트'였던 것이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우리 인생은 노력하는 만큼 그대로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없다. 하지만 운동은 하는 만큼 결과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다이어트가 아닌 다른 것에 최선을 다했더라면 어느 정도 '운'이 따라주길 간절히 원해야 했을 것이다.
몸과 마음의 기초체력이 생긴 지금의 나는 두려운 것이 없다. 이제는 결과가 확실하지 않고 '운'을 기대해야 하는 것들도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의 모험을 떠날 채비를 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