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의 영향

by 데이비드 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물리학에 큰 관심이 없었다. 수능 과목으로 물리학을 선택한 이유는 과학탐구 과목 중 수학과 가장 가깝고, 탐구 과목 중 가장 어렵다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리와 화학이 다른 탐구 과목보다 매력적으로 느껴진 건 암기할 내용이 적다는 것뿐이었다. 물리학을 좋아했다기보다 물리를 하는 자부심에 취했던 것 같다.


대학 진학 역시 수학교육과를 희망했으나 현실적인 이유로 물리교육과에 진학하게 되었고, 수학을 복수 전공하려 마음먹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학교를 다니다 보니 주체적으로 물리 공부를 하지 않았고, 물리학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이후 여러 계기로 "한 번 주어진 유한한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자주 했다. 이 고민의 답을 찾기 위해 다른 사람은 도대체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때까지 만화책을 제외하고 읽은 책이 5권도 안 됐던 것 같은데, 호기심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며 깨달은 것은 많지만, 그중 가장 값진 것은 "나를 알게 된 것"이다. 나를 안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속고 살기 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예전에 수학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푼 후 인정받는 것을 좋아한 것에 가까웠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남들이 수학을 쉬워했으면 좋아하는 마음이 줄어들 것 같다 생각했고 무엇보다 우주에 혼자 남게 된다면 그때는 더 이상 수학공부를 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려면 내가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아야 한다. 그것이 자연현상이든 사회현상이든. 만약 평생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만 먹어본 사람이 김치찌개만 좋아한다고 말한다면, 김치찌개가 정말 좋을 수도 있지만 된장찌개가 싫어서 좋아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또한, 부대찌개를 김치찌개 보다 훨씬 좋아할 수 있지만 김치찌개를 최애 음식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다. 김치찌개 없으면 안 된다고 믿겠지만, 정작 김치가 들어간 다른 음식도 그만큼 좋아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김치찌개보다 더 좋아하는 음식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종종 '최선'이라 착각하는 선택지에 갇혀 살곤 한다


물리학의 뚜렷한 특징은 근본적인 원리에 대한 탐구와 이 원리가 보편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는 불교 사상과 닮아 있는 측면이 있다. 여러 불교 사상과 스님의 말씀을 듣다 보면 사람 행동의 이면에 어떤 심리적 기저나 동기가 있는지 찾고, 이것이 결국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설명하곤 한다. 사람들의 말과 행동의 기저에는 대부분 "자신이 사랑받고 싶음"이 있다. 그리고 이는 거의 모든 사람이 그렇다. 이것이 물리학적 세계관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해석한 결과이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인데 사실 자신이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인간으로서 이런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이를 정직하게 대면함으로써 자기 자신에게 속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물리학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방법에 대한 사고실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