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독립

by 데이비드 봄

20대 초반, 유시민씨의 글을 처음 접했을 때 내게는 막연한 선입견이 있었다.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이의 글은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는 경계심이었다. 돌이켜보면 이는 내가 받아온 교육의 결과였다. 나는 늘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웠고 확고한 입장을 갖기보다는 판단을 유보하고 중립을 지키는 것이 옳다고 여겼다.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정작 정치가 무엇인지는 배우지 못한 채 말이다.

다양한 책을 읽으며 세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듯이, 그의 책을 읽으며 그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막연하게 알았던 이미지와 글을 읽은 후의 이미지는 사뭇 달랐다. 이 경험은 나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 전까지 나는 타인을 과연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어본 적이 없었다. 그저 타인을 평가하고 판단했다.

여러 고민끝에 내린 결론은 이렇다. 나는 타인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 다만 남이 나를 알아주길 바라는 만큼 남을 이해하려 노력하자. 그리고 판단은 이 과정을 거친 후에 하자.

20대 초반까지 나는 나 자신을 잘 몰랐다. 스스로 지적 호기심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 자아를 평생 발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청춘의 독서』를 읽은 후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감을 잡았고, 익산 남성고와 한국교원대에 머물던 세계관이 확장됐다. 세상에는 참고할 만한 인생이 많다고 느꼈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자고 마음먹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독서였다.

누군가 내게 "왜 공부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재미있어서"라고 답한다. 지식은 유용성을 따지기 전에 그 자체로 탐구할 가치가 있다. 그리고 이 행위가 즐겁기도 하다.

『청춘의 독서』를 통해 맹자, 마르크스, 다윈, 에드워드 카 등 수많은 사상가와 조우하며 나는 그들이 가진 각기 다른 매력을 발견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상일지라도 그 이면의 논리를 들여다보는 눈을 갖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성은 선한가 악한가?', '위계질서는 본질적으로 사라질 수 있는가?', '인간은 유전자에 기반한 기계인가?', '자유의지는 있는가?', '역사는 진보하는가?', '빈곤은 왜 사라지지 않는가?'와 같은 다양한 질문도 만났다.

그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그의 사상을 전적으로 받아들였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내 방식대로 고민하고 회의하며 살아간다.

그의 생각과 관심사는 좋은 재료일 뿐, 요리는 내가 해야 한다. 지난 7년을 돌아보면 철학적으로 독립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은 후부터 유시민과 수많은 학자의 생각에 의존하던 상태에서 점점 독립해왔다.

철학적으로 독립하는 과정은 지난하고 고되다.

- 어떻게 살 것이며 무엇을 실현하며 살아갈 것인가?

-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고, 싫어하는 사람과의 만남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 본질적으로 사라지지 않는 외로움을 어떻게 관리하며,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인가?

이와 같은 삶에서 겪는 중요한 문제를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해결하는 것이 철학적 독립의 본질이다.

학문의 최전선에서 노력하는 몇몇 교수님을 보며 경이로움을 느낀 적이 있다. 그들은 적어도 학문 안에서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철학적으로 독립한 개인이기 때문이다. 과연 몇 년 후, 몇십 년 후의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갈까 궁금해진다. 내가 이 사회에 기여할 일이 있을까? 적어도 한 가지 바람은 지적 탐구를 즐기는 자아만은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물리학의 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