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8년, 다니엘 베르누이는 『유체역학』을 통해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기체를 눈에 보이는 연속적인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운동하는 보이지 않는 입자들의 집합으로 해석한 것이다. 그는 기체의 온도가 입자의 평균 운동에너지로, 압력은 압력을 입자들이 벽면에 가하는 충격의 총합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당시에는 실험적 증거나 철학적 정당화가 부족해 그의 주장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그는 운동하는 입자라는 모형을 통해 처음으로 기체라는 존재를 미시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려 했다.
베르누이의 이론은 계(system)에서 기체 입자들이 어떤 속도로 움직이는지 대강 이해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베르누이의 이론을 통해서는 계를 구성하는 입자들의 정확한 속도분포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었다.
이후 19세기 후반,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은 기체 입자들이 독립성과 등방성이라는 물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했고 이를 바탕으로 기체의 운동을 수학적으로 표현했다. 그 결과 최초로 기체 입자들의 속도 분포를 추론했다. 이를 맥스웰 분포라고 부른다. 이는 기체의 상태를 단순히 하나의 평균값이 아닌, 다양한 속도를 가진 입자들의 통계적 분포로 구체화한 사건이었다.
루트비히 볼츠만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입자들의 개별적인 행동 조건보다, 수많은 분포 상태 중 어떤 상태가 통계적으로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지에 주목했다.
가령, 기체 입자 3개로 이루어진 계를 생각해보자. 이 계의 내부에너지가 5고 1개의 기체 입자가 가능한 에너지 상태는 0, 1, 2, 3, 4, 5만 가능하다고 하자. 그러면 기체 입자 3개의 에너지 합은 5가 되어야 하고 가능한 경우의 수 따져보면 입자 1개가 에너지를 전부 가져가는 경우의 수는 매우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각각의 경우의 수에 대응되는 상태를 미시상태라고 부르며 볼츠만은 미시상태의 확률은 전부 동등하다고 가정하였다.
그는 이 개념을 입자의 수가 N개, 총 에너지가 E인 계에 대해 일반화하여 계산하였는데 이를 통해 에너지를 가진 입자들의 다양한 분포 중 가장 많은 미시 상태를 실현할 수 있는 분포가 어떤 분포인지 추론하였다. 그 결과 엔트로피가 최대가 되는 분포(=가장 많은 미시 상태를 실현하는 분포)가 실제로 맥스웰이 유도한 분포와 일치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후, 통계적으로 '재정의'한 그의 엔트로피 개념을 바탕으로 통계역학이라는 분야가 탄생했다.
당시 주류 과학계는 기체를 연속체로 보았고, 열을 '칼로릭'이라는 유체로 이해했다. 이는 연속적이고 비가시적인 실체가 물질 사이를 흐르며 온도와 압력 등을 설명한다는 개념이었고, 일정 부분 실험과도 일치했기 때문에 널리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브라운 운동이나 열역학 제2 법칙의 방향성, 그리고 대기 중 특정 기체가 행성으로부터 탈출하는 현상을 설명하지 못했다. 반면에 기체가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다양한 속도로 분포되어 있다는 추론은 낮은 온도에서도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이유를 설명해 주었으며 특정 기체의 대기 탈출 현상, 금속 산화 속도, 연소 반응의 시작 조건 등 수많은 현상을 계산하고 예측하는 데 핵심적 기반이 되었다.
기체 이론의 발전은 단순히 압력과 온도의 기원을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연이 본질적으로 확률적인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새로운 과학적 세계관을 정착시켰다. 즉, 입자 하나하나의 운동은 무작위적이지만, 수많은 입자들이 모여 이루는 계에서는 그 무작위성이 평균화되며, 오히려 일관된 패턴과 규칙성(예를 들면, 맥스웰-볼츠만 분포)이 나타난다.
이처럼 불확실한 개별 움직임이 모여 예측 가능한 거시적 특성을 만들어내는 구조는, 물리학을 넘어 사람들의 집단 행동이나 경제 활동 같은 복잡한 사회현상도 통계적으로 이해하려는 사회물리학의 발달로까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