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복지실천상을 수상한 민혜경 사무국장을 만나다!

by 최연신


인터뷰―만나고 싶었습니다.


32년의 헌신, 2024년 아산복지실천상을 수상한 민혜경 사무국장을 만나다!


기획 및 취재 최연신(하상매거진 인터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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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하상장애인복지관. 1993년 개관 이후, 이곳은 시각장애인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교육과 문화 활동을 지원하며, 세상을 넓혀주는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민혜경(60세) 사무국장이 있었다.


민 국장은 1991년부터 32년간 사회복지실천가로 사람에 대한 존중과 남다른 사명감, 긍정적인 리더십으로 시각장애인과 장애인의 역량 발굴 및 사회통합증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제36회 아산상 복지실천상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각장애인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학습과 문화 활동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30여 년간 헌신해 온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아산상 복지실천상은 복지기관에서 근무하면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을 발굴해 그들의 공로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상이다. 민 국장은 음성 및 점자 도서 제작, 시각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정보 제공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 왔다. 특히, 기술 발전과 함께 장애인을 위한 디지털 접근성을 확대하는 데 앞장서며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는 이번 수상을 단순한 개인의 영예가 아니라,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함께 노력해 온 동료들과 이용자들이 함께 이룬 성과로 여긴다고 말한다. 하상장애인복지관에서 그를 만나 장애인 복지에 대한 그의 철학, 그동안의 노력, 그리고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 하나 - “내가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진짜 너무 기뻤죠.”


수상 소감을 묻자, 민 국장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주변에서도 많은 축하를 보내왔다고 한다. 전화, 문자, 단체 채팅방까지 축하 메시지로 가득 찼다. 하지만 기쁨과 함께 찾아온 감정은 단순한 환희만은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정말 이 상을 받을 만큼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제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어요. 부끄럽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교차했죠.”


겸손한 그의 말에서 그동안의 노력이 절대 가볍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순간이나 사람이 있었냐는 질문에 민 국장은 망설임 없이 박문수 선생님을 떠올렸다고 했다.


“2006년 즈음이었어요. 박문수 선생님이 건강이 굉장히 안 좋으셨어요.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시절 만났죠. 당시 박문수 선생님은 집에서만 지내시다가, 돌아가신 왕명화 선생님의 소개로 우리 하상에 오게 되었고 온소리 개발에 함께 하시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복지관에 나오셨는데 활력도 찾으시면서 매일 출퇴근하실 정도로 건강이 많이 좋아지셨고요.”


건강이 좋지 않던 박문수 님이 하상장애인복지관과의 인연 이후 점차 회복하고 활동적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것이 민 국장에게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된 것이다. 민 국장은 수상의 기쁨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시각장애인들에게서 받은 에너지, 힘든 시간을 함께 이겨낸 동료들, 그리고 그를 믿어준 사람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함께 나아가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이야기 둘 - 우연이 만든 필연, 시각장애인을 위한 길을 걷다



하상장애인복지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그녀에게도 삶을 바꾼 순간이 있었다. 대학 졸업 후 무역회사에서 잠시 일했던 그녀는 친구의 권유로 도서관에서의 일을 제안 받고 고민 끝에 지원했다. 1991년의 일이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둔 그녀는 기대와 두려움이 뒤섞인 채 서울 중구 남산동의 ‘가톨릭녹음도서관’으로 향했다. 당시에는 하상장애인복지관이 설립되기 전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녹음 도서를 제작하고 보급하는 작은 공간이었다.


면접하러 가던 날, 그녀는 잊을 수 없는 한 장면을 마주했다. 경사진 남산동 골목길 위에서 케인을 짚고 조심스럽지만 집중한 걸음으로 올라가는 한 남성을 만났다. 그때까지 그녀는 시각장애인을 가까이에서 접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날, 시각장애인 남성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집중해서 걷는 모습이 뇌리에 깊이 남았다.


도서관에 도착한 그녀는 면접을 봤다. 면접관은 이창화 관장. 그 역시 시각장애인이었다.


“솔직히 걱정이 많았어요. 전공이 도서관학이긴 했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관이라는 점에서 막막했죠. 점자책이나 녹음 도서를 다뤄본 적도 없었고,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도 몰랐으니까요. 이창화 관장님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같이 해보자고 격려를 해주셨죠. 그 한마디가 힘이 됐어요. 그렇게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관에서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녀가 시각장애인과 첫 인연을 맺은 건 중학교 시절이었을지도 모른다.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한빛맹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시각장애 아동들을 마주하며 마음 깊이 울림을 느꼈다.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면 보람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 기억은 오랫동안 그녀의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사회인이 되어 새로운 길을 찾던 그녀는 자연스럽게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관과 다시 연결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선택이 제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결정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우연처럼 시작되었지만, 필연처럼 여겨지는 만남이었죠.”


그렇게 시작된 여정. 어렵고 낯설다고 생각했던 일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졌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하며 그녀는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갔다.



이야기 셋 - 하상장애인복지관의 기억에 남는 성과들



그녀가 처음 이곳에 발을 들였던 1992년 말, 하상장애인복지관 신축공사가 마무리되는 중이었다. 완공되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도서관은 먼저 업무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도서관 운영은 많은 난관에 부딪혔다.


“시각장애인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도서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었지만, 정작 책을 구입할 예산이 없었어요. 녹음에 필요한 테이프조차 부족했죠.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방법을 찾아야 했어요.”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은 부족한 재원을 만드는 후원 사업, 그리고 함께 할 사람을 모집하는 일이었다. 1992년 말 “따뜻한 목소리를 찾습니다!”라는 공지문을 만들어 낭독자원봉사자를 모집하였고, 2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했다. 책을 녹음할 인력이 확보되자 본격적인 교육이 시작됐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큰 문제는 책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출판사와 서점에 공문을 보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녹음할 책이 필요하다는 간절한 요청이 담긴 공문이 곳곳으로 전달됐다. 그러자 예상보다 많은 출판사와 서점이 응답해 왔다. 책과 잡지들이 속속 도착했고, 낭독 봉사자들 또한 직접 책을 가져와 기증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 권, 두 권 녹음 도서가 쌓여갔다. 하지만 녹음 도서가 늘어나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당시 도서관 직원들의 급여 수준은 낮았고, 근무 환경도 열악했다.


“공무원 급여의 70~80% 수준이라도 맞춰주겠다는 약속이 있었어요.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현실화되었죠.”


시간이 흐르면서 직원들의 처우는 점차 개선되었고, 서울시 차원에서도 복지 제도를 정비했다. 그리고 그동안 장애인 복지 정책 역시 크게 변화했다.


“예전에는 시각장애인들이 단순한 수혜자였어요. 누군가 도와주면 감사하고, 도움을 받지 못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당사자로서 권리를 주장하고, 법과 정책을 직접 만들어가고 있죠.”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녀는 이러한 변화를 직접 체감해 왔다. 그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가 무엇인지 묻자,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단번에 대답했다.


“하상매거진이요. 하상장애인복지관에서 발간하는 하상매거진은 단순한 정보지가 아니에요. 시각장애인들에게 감성을 채워주고, 그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매체입니다. 정말 어렵게 만들어요. 많은 정성을 들이고요. 외부 회의에 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이야기해요. ‘이 잡지가 시각장애인들에게 정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요.”


그녀에게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LG 지정기탁 사업이었다. 2000년대 초반, 비장애인은 스마트폰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휴대전화로 문자 보내기 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에 반해 시각장애인들의 휴대전화 사용은 극도로 제한적이었다. 그들에게 휴대전화는 단순한 통화 수단에 불과했고, 문자나 기타 기능을 활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는 시각장애인 전용 휴대전화를 만들었어요. 단순한 전화기가 아니라, 통신 기능을 확장하고 책 읽어주는 서비스까지 연결했죠.”


그 프로젝트가 시각장애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한 사용자의 말이 대변해 준다.


“한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이 휴대전화를 갖고 나니 마치 눈을 뜬 것 같다’고요.”


그만큼 생활의 변화는 엄청났다. 이 프로젝트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약 6~7년간 지속되었으며, 많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


이외에도 복지관에서는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디지털 음성도서관 ‘온소리’ 서비스는 웹과 모바일까지 이어지는 동안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다.


한편 점자에 대한 애정과 연구, 저변 확대에도 노력하여 온라인으로 점자를 배우고 점자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점자세상’도 빼놓을 수 없는 대표 프로젝트이다.


“처음에는 국어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했어요. 점자는 시각장애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 매체잖아요. 그런데 이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점자를 정확하게 만들어야 하거든요. 점자 홍보와 점역사 교육을 위한 온라인 학습 매체를 개발한 것이 또 하나의 큰 성과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프로젝트들이 하나씩 쌓이면서, 시각장애인들의 삶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어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녀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환경을 개선하는 데 힘써왔다. 수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한다. 그녀는 시각장애인이 보다 많은 정보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이전보다 상황이 나아졌다고 해서 변화의 흐름을 멈춰서는 안 되며, 앞으로도 더욱 발전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야기 넷 - 변화와 융합의 리더십



복지관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업을 오랜 시간 맡아 온 민 국장은 2022년 5월부터 하상장애인복지관의 사무국장직을 맡고 있다. 그가 국장으로 취임하면서 복지관에는 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기존의 틀을 깨고, 시각장애인이 정보 서비스 이외에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며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기까지, 그는 어떤 고민과 결단을 해왔을까?


국장으로 부임하면서 복지관 전체를 조망할 기회가 생겼고, 그 과정에서 기존 조직의 한계를 더욱 깊이 실감하게 됐다. 하상은 ‘장애인종합복지관’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관과 학습지원센터, 그리고 발달장애인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복지 서비스가 철저히 분리되어 있었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있지만, 서로가 완전히 단절된 느낌이었어요.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관과 학습지원센터 직원들은 발달장애인에 대해 잘 몰랐고, 발달장애인을 주로 지원하는 팀은 시각장애인 응대법 조차 알지 못했죠.”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그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단순한 행정적 조치가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를 목표로 했다. 서로 단절된 상태로는 결코 시너지가 날 수 없다는 것이 민 국장의 생각이었다. 장애 유형과 관계없이 누구든지 기관을 찾으면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직을 융합해야 했다.


이를 위해 2022년 말, 외부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아 조직 개편을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2023년에는 1차 조직 개편을 단행했고, 이후 운영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보완하며 2024년에도 추가적인 조정을 이어갔다. 직원들은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조직 개편 이후, 복지관의 시각장애인 지원 서비스는 더욱 확대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립지원팀’의 신설이다. 이 팀은 시각장애인 팀장과 시각장애인 당사자가 함께 참여하여, 실제로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은 냉장고 속 반찬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어요. 기존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직접 냄새를 맡아가며 확인해야 했죠. 그래서 반찬 용기에 라벨을 붙이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또한, 시각장애인이 학교나 직장을 갈 때 독립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보행 프로그램, 지역 내 상점 정보 제공 서비스, 시각장애인의 활동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스트레칭 및 산책 프로그램 등도 새롭게 개발되었다. 특히, 시각장애인 중에서도 중복 장애(시각+청각, 시각+발달 등)를 가진 이용자들을 위한 연구와 프로그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복지관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이다. 이를 위해 민 국장은 공모 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복지관이 정부 보조금과 후원금으로 운영되긴 하지만, 재원은 항상 부족합니다. 그래서 팀별로 공모 사업에 응모하도록 장려하고 있어요. 작은 사업이라도 꾸준히 발굴해서, 이용자들에게 더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죠.”


민 국장의 리더십은 ‘함께’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한다. 단순히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며 이용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처음에는 직원들도 힘들어했지만, 지금은 변화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서로가 더 잘 융합될 수 있도록, 장애 유형을 초월한 포용적인 복지관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이야기 다섯 - 변화를 만드는 힘



민 국장은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단순히 ‘도움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회의 다양한 영역을 연결하는 가교로 바라본다. 그리고 이 역할을 실천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람을 향한 애정과 진심 어린 관심’이라고 강조한다.


“단순히 누군가를 돕는다는 생각만으로는 부족해요. 진짜 중요한 건, 그 사람을 향한 애정과 관심이에요. ‘이분들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죠. 이런 고민과 노력에는 시간과 정성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 없이는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복지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민 국장은 사회복지사로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로 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것을 꼽았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이 진짜 원하는 도움’을 주는 거예요. 그러려면 물어봐야 하죠. 직원들에게 항상 말합니다. 내가 시각장애인이 아니라면, 내 머리로만 고민하지 말고 직접 물어보고 확인하라고요.”


실제로 복지관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민 국장은 초기 단계부터 마무리까지 반드시 시각장애인 당사자와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획할 때부터 당사자와 함께하고, 중간 중간 점검하며, 최종 결과물이 나왔을 때 그들의 기대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한다. 그래야 진짜 의미 있는 사업이 된다고 믿는다.


“당사자가 빠진다면, 그건 진짜 복지가 아니에요. 결국 나를 위한 거죠.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든 것 같지만, 사실은 내 기준에서 만든 거예요. 그런 건 껍데기에 불과해요.”


민 국장은 사회복지사로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한 가지 확신을 갖게 됐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 그 기본이 모든 걸 바꿔요. 관심과 애정이 없다면, 어떤 정책이나 사업도 의미를 잃게 되죠.”



이야기 여섯 - 하상장애인복지관 민 국장의 마지막 이야기



올해 6월, 민 국장은 정년을 맞이한다. 32년간 하상장애인복지관을 이끌어 온 그녀에게도, 함께해 온 동료들에게도 이 순간은 실감이 나지 않는 듯했다. 그렇다면 민 국장은 퇴직 후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사실 작년부터는 문득문득 그런 생각이 들긴 했어요. ‘정년 이후에는 뭘 할까? 어떤 방식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갈까?’ 하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바쁜 나날을 보내다 보니,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어요. 그래도 아마 무언가 하고 있지 않을까요? 현재로서는 맡겨진 일들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 국장에게 하상매거진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


“하상매거진이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독자 여러분 덕분이에요.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시고, 피드백을 주시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그런 분들이 정말 소중합니다.”


앞으로도 이 잡지가 더 많은 사람에게 의미 있는 매체로 남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며, 독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했다.


“여러분이 주시는 의견과 생각들이 매거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계속해서 애정 어린 관심을 보내주시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만들어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따뜻한 인사를 덧붙였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긴 시간 동안 복지 현장에서 누구보다 진심을 다해온 민 국장. 그녀가 걸어온 32년의 여정은 단순한 직업의 영역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고 세상을 더욱 따뜻하게 만드는 길이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고, 동료들과 함께 고민하며 변화를 만들어온 시간들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비록 정년을 맞이하며 공식적인 역할에서는 물러나지만, 그녀가 남긴 발자취와 가치들은 앞으로도 하상장애인복지관을 비롯한 복지 현장에서 오래도록 남아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녀가 함께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그리고 변화와 희망을 꿈꾸는 이들의 마음속에서….


앞으로 펼쳐질 그녀의 새로운 여정 역시,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진심 어린 관심으로 채워지길 기대하며, 민혜경 국장의 헌신과 노력이 더 넓은 세상으로 퍼져나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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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각장애인을 위한 월간문화교양지 하상매거진 2025년 3월호(통권 제15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