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피 보는 건 제일 밑바닥 사람들

by 우성



많은 것을 유지하자면 그만큼 신경 쓸 게 많다. 잠 못 자고 스트레스 받고 병 생기고.. 결국 자기 자신을 죽이는 행위다.



몇 년 전 있었던 부산 소재 한 저축은행의 부도사태. 적은 금액의 예금 보유자도 있었겠지만 제법 큰 규모도 있었다. 전세금을 모으기 위해서, 내 집 마련을 위해서, 언제 생길지 모를 ‘무슨 일’ 때문에, 기타 등등의 다른 이유로 한 푼, 한 푼 저금했던 소중한 각자의 ‘내 돈’ 들이었다. 그들은 졸지에 소중한 ‘내 돈’을 도둑맞은 셈이었다. 어떻게 손 쓸 방도도 없이.


도둑질 한 사람들은 부실관리를 한 은행관계자들과 부도 사실을 사전에 입수하고 미리 수백억씩을 인출한 지방 거부들이었다. 그들끼리의 커넥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마 그 일이 있기 몇 주 전부터 모의를 했을 것이다. 비싼 한정식집이나 일식집 같은 곳에서. 양심의 가책 같은 건 느끼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조용하고 깔끔하게 처리할지를 궁리하며 술 한 잔에 웃고 떠들었을 것이다. 피해를 본 사람들 중에는 그 시간에도 일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수였을 것이고. 그들은 혹시 발각이 돼도 잠깐 시끄럽다 말 것이라며 큰 걱정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조금만 양심적으로 살자.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사건 사고 중에는 은행들의 금융 상품 불완전 판매도 있다.


원금을 절대 보장하는 예금 상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그것과 다를 바 없다며 교묘한 말솜씨로 순진한 사람들의 뒤통수를 쳤던 모 은행의 담당 직원들.


그들은 그 일이 터지고 나서 마음이 편했을까.


그들 역시 결코 제일 위로는 올라갈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에 불과할 텐데.


아마 상사의 지시로 인해,


실적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판매를 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가족들에게는 신신 당부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거 절대 하지 말라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법만 아니라면 편법 정도야, ‘그래, 그것도 능력이다’ 라며 봐줄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의 피눈물을 빼는 ‘금수만도 못한 놈이 할 짓’ 만 아니라면. 어떻게 해도 사람들은 먹고 살고, 만족하지는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삶을 영위해나간다.




도덕의 문제다.




요새 가장 문제 중 하나인. 매너의 문제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어차피 혼자 가는 세상도 아닌걸. 우리 같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전부 사라진다면 제일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도 그중 몇은 결국 내려와야 할 게 아닌가. 우리 같은 사람들이 했던 역할을 누군가는 결국 해야 하니까.


많이도 바라지 않는다. 조금만 양심적으로 살자. 어차피 죽어라 모아봐야 죽을 때 싸들고 갈수도 없고, 남겨 놔봐야 후손들이 그걸 갖기 위해 죽어라고 싸운다. 저세상에서도 결코 보기 좋은 광경이 아닐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자기 자신을 생각해서라도.


많은 것을 유지하자면 그만큼 신경 쓸 게 많다. 잠 못 자고 스트레스 받고 병 생기고.. 결국 자기 자신을 죽이는 행위다.


그러니..


너무 욕심 부리지 말자. 유치하지만 더불어 사는 세상이니까. 우리 같은 사람에게도 숨은 쉬게 해줘야 굽신거릴 땐 적당히 굽신거리기도 해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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