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페이지/ 행복한 멈춤 STAY-4

리장의 명가수 이야기 - Fresh Nam

by 우성



"제가 미친 건가요? 똑같은 꿈을 꾸는 세상이 미친 건가요?"




처음으로 한국인 인터뷰를 하니 너무 편해요. 그냥 묻고 싶은 거 마음껏 물을게요. 지금 현금 얼마나 가지고 계세요?


그건 갑자기 왜요?


집에서 보자고 한 이유가 왠지 차 마실 돈도 없는 것 같아서요,. 형이 저보다 몇 살 많으니까 부담스러워서 그런 것 맞죠?


하하, 뭐 꼭 그런 건 아니고요. 집에서 봐야 마음도 편하고요.


그래서 지금 얼마 있는데요?


음..., 얼마 있지? 10위안(1천5백 원) 있네요. 전부.


설마 그게 전 재산은 아니죠?


월급으로 2천 위안(30만원) 정도 나올 거 있어요. 일하고 있는 가게 사장이 월급을 늦게 주네요.


30만원..., 그걸로 한 달을 어떻게 버티세요?


월세 내고 나면 20만원 조금 넘게 남는데 그걸로 집에서 밥해 먹고 그러면, 충분하지는 않아도 큰 불편 없이 살 수 있어요.


리장에서는 알아주는 명가수라면서요.


월급도 그 정도면 스타가수 대접이죠. 리장에서 그 정도 월급 받는 사람 많지 않아요. 전 좋은 대접 받는 거죠.


남은 10위안까지 몽땅 떨어지면 어쩌시려고요?


거리에 나가서 노래하고, CD 팔면 어떻게 밥 한두 끼 먹을 돈 안 나오겠어요?


하지만 운이 안 따라주면 한 장도 못 팔 수 있잖아요.


운이 좋을 거예요.


불안하지 않아요?


기타가 있고 노래할 수 있잖아요,. 굶어 죽지는 않아요. 불안하기는요.


그거 말고 또 돈 버는 거 없어요?


가끔 기타 개인 교습해주고 몇 만 원 더 벌기도 해요.


아, 정말 저보다 더 가난한 사람 처음 본 것 같아요.


음... 그래요? 좀 있으면 월급 나오는데, 30만원.


저도 여행 중이지만 한 달에 30만원은 훨씬 더 들던데요.


밖에서 안 사먹고, 직접 요리해 먹으면 생활비 아낄 수 있어요. 여행하는 사람은 투어도 해야 하고, 이것저것 경험해보고 싶은 것도 많지만, 그냥 머물면 훨씬 돈을 아낄 수 있어요.


에이, 여기서 밥 사먹는 거 1천원도 안 하던데요.


여기서 채소 4백원 어치 사면 얼마나 많이 주는데요. 요리하면 양도 많잖아요. 한 끼 먹을 돈으로 둘이서 양껏 먹을 반찬 한두 가지가 나오는데요.





집에서건 학교에서건 남부럽지 않게 맞았어요. 그런데 공부가 싫더라고요. 꼴등도 여러 번 했어요. 시험지 대충 찍고, 그냥 자거나 먼저 나오는 친구... 한반에 꼭 한명씩은 있잖아요. 그런 사람이 저였어요. 모두가 왜 똑같은 지식을 강압적으로 익혀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저를 납득 할 수 없는 것들엔 일단 몸도 마음도 받아들이지를 못하는 체질이죠.


그래도 남들이 하는 거 나만 안하면 불안하잖아요.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수도 없고...


저는 그렇지 않았어요. 세상엔 자유롭게 살면서도 얼마든지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 사람이 저의 롤모델이죠. 저도 지금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지는 못해요. 누구도 그렇게 살수는 없죠. 하지만 정말 죽어도 하기 싫은 거 있잖아요. 그게 전 공부였던 것 같아요.





극장에서 영사기사 일도 하고, 음악다방에서 DJ도 하고, 건설현장에서 노동일도 하고요... 돈 벌수 있는 일은 가리지 않고 다 했어요. 제가 선택해서 무언가를 하고, 돈을 벌고 자립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가 선택한 ‘고됨’ 이 남에게 강요받은 ‘안락’ 보다 저는 더 좋더라고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죠.




그게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겠죠.





며칠간 그와 어울리면서 한 번도 얼굴 붉히는 걸 본적이 없다. 목소리가 커지거나 짜증을 낼법한 상황에서도 그냥 허허 웃고 말았다. 물처럼 흐르는 사람이구나...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를 수밖에 없듯, 그렇게 떠다니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람이구나. 그는 리장에 머문다고 해도, 감동을 나눌 수 있는 공연을 찾아 끝없이 돌아다닐 것이다. 세계 주식이 폭락하고, 해고가 일반화된 사회에서 그는 어쩌면 화낼 일이 적을지 모르겠다. 설령 전 세계가 세기의 공황에 쩔쩔매더라도 그는 웃을 수 있을 것이다. 기타가 있으니 노래를 하면 되는 것이다. 그의 자유로움은 강하고 영원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첫번째 페이지/ 행복한 멈춤 STAY-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