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
조금 뜬금이 없기는 하다. 공조를 보며 문득 든 생각이다.
영화가 시작된 지 딱 십 분 만에 어떤 ‘느낌’ 이 왔다. 유해진이나 현빈이나 그들의 연기, 오로지 그것만을 감상하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그들이 아직 그 정도의 레벨은 아니구나..
그러면서 든 생각이 송강호의 위대함이었다. 이제 송강호는 그의 연기를 즐기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관객도 상당수니까.
추석 대목을 노리고 만든 오락 영화 공조는..
괜찮은 오락 영화다. 추석 때 가족들과 보기 좋은. 하지만 괜찮은 오락 영화이지 잘 만든 영화라고 보기는 힘들다.
유해진. 이제 그가 나오는 영화는 왠만하면 흥행을 한다. 최근 스코어가 그렇다. 현빈 역시 이번 영화로 그의 덕을 좀 보지 않을까 싶었다.
스토리 라인은 단순하다. 그것도 굉장히. 명절용 팝콘무비니 뭐 어렵게 만들어도 이상했겠지. 욕할 생각은 없다.
아쉬운 건 액션이었다. 현빈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몸을 던지며 이리저리로 날아다니는 건 굉장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맨몸 격투 장면에서는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 흘러나왔다. 눈이 많이 높아진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현빈이 멋진 건 알겠지만 압도적인 아우라는 없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아저씨의 원빈 같은.
유해진은 생각보다 웃겨주지 않았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그가 웃기지 못했다는 게 아니라, 시나리오 상으로 그럴만한 포인트가 별로 없었다. 대사나 장면 같은.
생각 못한 포인트가 있었다. 내가 유일하게 빵빵 터지며 웃었던 장면은 극 중 유해진의 처제로 등장하는 윤아가 연기하는 장면이었다.
“언니 남편만 남편이야?"
이게 정확한 대사가 맞는지 모르겠다.
분명 새로운 캐릭터 아니다. 식상하다면 식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윤아는 그런 캐릭터를 정말 생생하게 살려냈다. 어쩌면 저렇게 철딱서니가 없을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윤아는 이제 작품 몇 개만 잘 만나면 완전히 배우로 전향을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번 작품이 자신에게 맞는 옷이었을 수도 있겠고, 당장 주연이나 비중 있는 조연을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영화를 먼저 본 사람들의 말대로 김주혁이 이 영화의 숨겨진 공로자였다. 그렇다고 해서 압도적인 뭔가가 있지는 않았지만.
그러고 보니 이 영화는 영화적 구성이나 배우들의 연기, 대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앞서 말했지만 가볍게 즐기기에 나쁜 영화는 아니다. 요새 같이 머리 아픈 세상에 더킹 같이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영화보다는 부담이 덜하다.
그리고..
감독 스스로도 말했었다. 경쟁작인 ‘더 킹’과는 다른 영화다. 순수하게 오락영화이니 재미있게만 봐달라고. 그 점만 명심하고 본다면, 염두에 두고 티켓을 예매한다면 그리 잘못된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취향에는 맞지 않는다. 이런 영화인 줄 알았다면 굳이 영화관에서 보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제대로 웃겨주기라도 했으면 좋았으련만..
유해진이 원톱이든, 투톱이든, 멀티 캐스팅이든 앞으로 주연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조금 궁금해진다. 그는 아직은 팬들이 밀어주는 분위기다. 두 작품 연달아 그 점을 증명했다. 팬심이 얼마나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예를 들면 설경구의 최근 주연작들이 내리 망하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그 점에서 유해진은 아직은 조금 더 안심을 해도 될 것 같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럭키나 공조 같은 이런 영화만 계속 출연한다면 영화관에서 그를 보는 게 조금은 망설여질 것 같기도 하다. 현빈, 그도 좀 아슬아슬해 보인다. 물론 유해진이나 현빈의 팬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욕을 엄청나게 먹긴 하겠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좋은 배우들을 둘씩이나 데려다가, 아무리 대놓고 오락영화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밖에 못 만들었을까 하는.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 두 배우의 작품 선구안은 이 정도일까 하는.
그런데 유해진의 가족이 납치당했을 때, 왜 처제는 없었을까. 어색하고 허전했다. 진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