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위로

야금야금 집어먹는 감자튀김

by 최하늘

맥도날드의 메인은 햄버거가 아니라 감자튀김이다.


나는 갓 튀겨 뜨거운 감자튀김보다, 기름과 소금이 충분히 밴 채 조금 눅눅해진 쪽을 더 좋아한다. 뜨거울 때는 입천장만 바쁘다. 조금 식고 나면 짠맛이 또렷해지고, 그제야 감자의 기름진 속내가 드러난다. 감자튀김에도 제맛이 올라오는 시간이 있다.


그래서 나는 늘 햄버거를 먼저 먹는다. 맥도날드 햄버거의 새콤한 소스는 입맛을 먼저 깨우기에 좋다. 그렇게 입맛을 깨운 다음에야 감자튀김을 집는다. 몇 개 집어 먹다 보면 목이 살짝 막히는 순간이 오는데, 그때 콜라를 들이켜면 짠맛과 기름기가 한 번에 쓸려 내려간다.


이 순서는 다른 브랜드에서는 잘 성립하지 않는다. 버거킹은 햄버거 자체가 이미 묵직해서 그 뒤의 감자튀김까지 감당하기가 버겁다. 맘스터치는 첫맛은 강하지만 오래 못 간다. 몇 개만 먹어도 혀가 먼저 지친다. 내 입에는 맥도날드 감자튀김만이 마지막 순서를 버텨 낸다.


애매하게 지친 날이 있다. 큰 위로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아무 위로 없이 넘기기엔 하루가 조금 텁텁한 날. 그럴 때 나는 맥도날드에 가서 햄버거를 먼저 먹고, 조금 식어 짠맛이 선명해진 감자튀김을 천천히 집어 먹는다. 별것 아닌 짠맛이 입안에 또렷이 남고, 그 하찮은 위로가 생각보다 오래간다.


빨간 갑에 투박하게 꽂힌 감자튀김 한 갑.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내게는 이런 것이 기호품이다.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지친 날이면 결국 또 집어 들게 되는 것. 하루를 넘기는 데는 때로 이 정도의 짠맛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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