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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Aug 28. 2023

잘못 꿰맨 단추(1)

 처음부터 동생이 조현병 환자는 아니었다. 아마 요즈음 태어났더라면 경계성 지능장애 정도였을 것이다. 엄마 쪽을 닮아 워낙 순하고 심성이 약하게 태어난 것은 사실이었다. 어릴 적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관심은 있었고 이해력이 부족하고 느린 아이는 분명했다. 문제는 비평준화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진학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실업계는 면하고 점수가 가장 낮은 인문계에 진학하였다. 인문계라지만 실업계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소위 양아치 같은 문제아들이 많았다. 그 사이에서 온순하다 못해 약해 보이는 내 동생은 그들의 먹잇감이 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즉 내 동생은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던 것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지속적으로 동생이 학교가 기를 거부했다. 아빠가 먼 거리의 학교 정문 앞까지 태워주는데도 동생은 학교로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학교에 가기 싫은 이유. 지금은 뻔해 보이는 상황을 왜 그때는 눈치채지 못했을까. 지금과 달리 학교폭력이 음지에서 일어나고 다뤄지고 있었다는 변명으로 합리화할 수 있을까. 성적이 제일 높은 인문계에 다니고 있던 우물 안 개구리인 고3 누나는 모르는 것이 당연했던 것일까.  나중에는 동생이 성적학대까지 당했다는 끔찍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동생은 학교에 가기 싫은 이유를 절대 입밖에 내지 않았다. 담임 선생님은 대충 상황을 짐작했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본인이 말하지 않는 이상 먹이사슬 같은 남자들의 서열과 지배구조를 일부러 건드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저 수업일수를 채워 졸업만큼은 할 수 있게 도와주셨음에 감사함을 느껴야 할지도 모르겠다.


 본인도 말하지 않은 진실을. 주위사람들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답답함에. 아버지가 택한 해결책은 결국 굿당이었다. 귀가 얇은 외골수인 아버지는 동생에게 귀신이 씌어 학교를 가지 않는다는 무당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굿을 여러 번 하기 시작했다. 집터가 안 좋아 그렇다는 말에 우리 가족은 굿당에서 절에서 그렇게 남의 집에서 전전하며 굿을 하고. 기도를 하고. 돈을 바치고.  



그렇게 서서히 잘못된 길을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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