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 그리고 그림으로 알게 된 것

by HELEN M


작업을 수행하기 이전 설계의 단계는 모든 작가들에게 필수적이다. 작가의 결과물이 대중에게 잘 스며들 수 있도록 작가는 ‘대중적인 것’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하게 된다. 대중적인 것은 대중이 좋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본인의 작품과 다른 작가의 작품을 비교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 과정에서 화풍을 변경하거나 주제를 바꾸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나도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주제를 시도해 보았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조인 ‘단색화’를 표방하여 작업을 시도해보기도 했고, 새로운 표현기법을 발굴하기 위한 작업들도 수행해 보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상하게 작업의 결과가 이상하게 한 점으로 수렴하는 느낌을 받았다. 색채는 너무나 다채로웠고, 무언가 에너지가 색을 통해 폭발할 것 같은 느낌이 모든 작품에 존재했다. 한 가지 계열의 색을 쓰려고 했던 처음의 다짐이 어김없이 무너지는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그림은 내가 결코 인지하지 못한 심연의 나를 꺼내준다. 그림치료와 같은 영역이 널리 각광을 받는 이유도 활자나 언어로 전달할 수 없는 미지의 나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 때문이지 않을까? 내 작품을 모아놓고 물끄러미 그 작품을 보면서 나는 나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독자들에게 시대적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철학적 의미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나는 그저 나를 이곳에 표현한다. 관람자들이 나의 모든 작품을 관람하고 나에 대해 어떤 정의를 내리게 될지 궁금해지는 밤이다.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무언가를 지향하는 내 내면의 자아를 한 번씩 발견해 주시면 나는 그 이상도 이하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리고 싶다.

그래서 나의 작품은 나를 닮았고, 나는 작가를 닮은 작품들을 유난히 좋아한다. 어느덧 마흔 살을 지나가고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지금의 나인 것 같다. 점점 더 이전의 그림들보다 지금의 그림이 다양성과 생동감이 줄어들면서 약간의 서운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지만,



이 또한 어떠한가.

내 삶의 시간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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