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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loe Apr 20. 2017

꿈이 소중해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LALALAND

꿈이 소중해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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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절한 꿈을 가진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여배우를 꿈꾸고, 다른 이는 재즈 바를 가지는 것이 꿈이다. 그들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것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철없는 꿈을 꾸는 것도 같아 보인다. 그녀는 상당히 예쁘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있다. 오디션이 있을 때면 의상이나 작은 디테일도 살리려 노력하고, 여러 버전을 준비해 두기도 한다. 그는 상당히 괜찮은 피아노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번번이 비참하게 탈락되는 오디션의 연속이고, 징글벨이나 겨우 연주할 수 있다. 현실감각 없이 꿈을 꾸는 면에서 철없는 꿈을 꾸고 있노라 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미아는 배우였던 이모에게 매료되어 배우를 꿈꾸기 시작했다. 추운 날 강물에 뛰어들고도 행복해하던 이모의 이야기를 하며, 그런 이모와 연극놀이를 하면서 즐거웠다는 미아에게 ‘약간의 광기는 세상을 다른 컬러로 볼 수 있게 해 준다’는 이모의 말은 감동적이었고, 배우의 꿈을 꾸게 해 주었지만 그뿐이었다.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기보다는 그것 자체에 잡혀 있던 것이었다. 다른 사람의 삶을 흉내는 내지만 그걸 미아의 것으로 만들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배우라면 다른 사람을 매료시킬 수 없다. 그녀의 말처럼 오디션장에 있는 수많은 ‘똑같은 나’ 들 사이에서 자신을 인상적이게 보여줄 수 없었고, 연기에는 항상 필요 이상의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랬던 그녀가 셉을 만나 그녀도 몰랐던 취향의 발견-재즈-을 하게 되고 그녀 자신의 취향과 개성이 생기게 된다.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어 보여주는 것으로 그녀는 한 발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가 내내 원해 왔던 기회가 생기고, 잡아낸다. 원래의 미아라면 길이 밀린다 한들 다른 옵션을 생각해 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취향을 가지게 되고 자기 의견이 생긴 미아는 한 길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즉흥적으로 다른 걸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셉, 세바스찬은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어준’ 재즈에 반한다. 재즈를 지키고, 프리 재즈를 연주할 수 있는 공간을 자기 손으로 만들어 내고 싶어 한다. 그의 취향과 이상은 상당히 확고해서 연주할 음악은 물론, 바의 이름, 소품으로 쓸 의자 하나까지 디테일하게 그려두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세상과 타협하려 하지 않는다. 그가 머리에 그려두고 있는 것들이 아니라면 그에겐 오답이었다. 그 결과 연주할 곳은 점점 줄어들고 생계를 위협받는다.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다. 그러던 그가 미아를 만난다. 하필 그가 해고된 순간 만난 미아와는 타이밍이 좋지 않은 듯 하지만 우연한 만남이 더해지면서, 미아를 만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옛 동창 키이스를 만나 생각지 못했던 장르의 밴드 피아노 제의를 받지만 단칼에 거절한다. 하지만 얼마 후, 미아가 엄마와 하는 통화를 듣고 키보드 제의를 수락하지만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혼란스러워진다. 밴드로 번 돈으로 그는 바를 연다. 미아가 디자인해 준 간판을 달고, 그가 내내 원했던 장소가 아닌 곳에 바를 오픈하고, 그 바는 상당히 성공적이다. 그는 그녀를 통해 타협하는 법을 배웠고, 한 편으로는 소통의 도구라는, 진정한 의미의 재즈를 받아들인 듯하다.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사라지고, 좋아하는 그 처음에 반한 그 포인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면서 길을 잃어버렸다. 꿈이 소중한 만큼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다 생각하기에, 다른 길을 찾아볼 이유도 없었고 여유도 없어져 갔다. 가지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은 이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다만 그들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가져야 할 것들은 길을 돌아가지 않으면 가질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 순간 숨통을 트이게 해 주고 살짝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된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보는 롤모델이 있다면 그와 같아져야겠다는 생각에 스스로 생각하고 나의 버전으로 소화하는 것을 등한시하게 될 수 있다. 어떤 계기가 있어 생각의 방향이 정해지고 난 뒤의 미아와 셉은 똑바로 자기 꿈을 위해 걸어갈 수 있었다. 물론 그간의 노력과 재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들에겐 꿈이 항상 가장 소중하다. 동시에 상대도 소중하기에 나를 위해 너의 꿈을 포기하라고 하지도 나의 꿈을 상대를 위해 내려놓을 수도 없다. 프랑스로 촬영하러 간 미아가 세바스찬을 다시 찾아오지 않은 것도, 세바스찬이 미아를 찾지 않은 것도 그들이 꿈꾸는 미래에 둘이 함께 해 나가기 어려웠기 때문이 아닐까. 그들이 처음 춤을 추던 순간의 아름다운 하늘은 일 년 중 몇 안 되는 날에만 볼 수 있다. 그들의 인연도 그 하늘처럼 짧은 순간 아름다워 더 소중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오 년이 지나 셉의 바에서 마주친 그들은 각자의 꿈을 이루었지만 둘이 함께는 아니었다. 하지만 둘 다 후회 없이 과거를 추억하고 미소로 보내줄 수 있는 건 어쩌면 서로 덕분에 꿈을 이루어낸 상대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했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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