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필로그
나의 어릴 적 꿈은 외국에서 사는 것이었다.
아빠가 해외 출장을 다녀오실 때마다 사다주시는 선물도, 하다못해 껌이나 사탕 종이도 그렇게 다 예뻐 보일 수 없었다.
한국에서 보지 못한 새롭고 예쁜 것들로 가득한 나라,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간다는 것도 마냥 설레고 좋았다.
그리고 수능이 끝난 그 해 겨울부터 나는 틈만 나면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다녔다. 비행기를 타고 가서 도착한 낯선 도시의 낯선 풍경, 새로운 문화, 알아듣지 못하는 낯선 언어조차도 내게는 두려움이 아닌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나의 여행은, 보통의 관광책에 나오는 여행 법과는 달랐다. 여행을 몇 번 해보니 관광책에 나오는 곳보다는 현지인들이 다니는 곳에 가서 잠시나마 그들의 삶 일부를 엿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도시의 이방인일 뿐이지만, 여행을 하면서 여행자가 아닌, 잠시 머물다 떠나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인 마냥, 그렇게 그 도시를 느껴보고 싶었다.
아무 버스나 타고, 마음에 드는 곳 아무대서나 내려, 골목길을 걷고 또 걷다 예쁜 디자인 샵이라도 만난다면, 혹은, 운 좋게 현지인을 통해 로컬 맛집을 알게 되어 방문하는 날엔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 그렇게 행복하더라.
여행은 늘,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가장 아름답다. 여행의 끝은, 그래서 아쉬움보다는 늘 나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 아주아주 즐거웠다, 이제 우리 집에 가야지!”라는 그런 포근함.
그리고 지금, 해외생활 n년차.
여행과는 다르게 돌아갈 곳이 없기 때문일까. 분명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에 내 집이 있고, 내 일상이 있음에도… 내 집이 내 집 같지 않고, 어쩐지 낯선 이방인처럼 이 도시를 떠돌고 있는 느낌이 들어 공허하고 외롭게만 느껴질 때가 많다.
돌아 갈 집이 없다는 것, 나는 가끔 우리가 지구촌 미아가 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또 가끔은 365일 여행자 모드로 살아가는 것 같아 즐겁고 신날 때도 있다.
2016년생 딸아이와 함께하는 해외살이. 웃고 떠들고 울고 속상했던 모든 이야기들을 이제 이 곳에 하나씩 풀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