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에 Sep 01. 2023

대기업 다니다가 갑자기 발리에 온 이유

4인가족 발리 이주의 서막

8살 첫째가 물었다. "엄마, 우리는 왜 갑자기 발리로 오게 된 거에요?"

그렇다. 이 글은 서울에서 멀쩡히 잘 살던 4인가족이 밑도 끝도 없이 발리에 오게 된 이야기의 시작이다.


우리는 아주 평범하기 그지없는 맞벌이 4인가족이었다.

남편과 나는 대기업 정직원 10여 년 차로 근무하며

애 둘을 키우는 보통의 맞벌이 가정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바쁘게 살아왔는데

우리 가족들 중에 아무도 행복하지가 않았다.


애들 하교/하원을 담당하는 나는 밀린 업무를 처리하러 애들이 잠든 새벽 일찍 출근했고

애들 등교/등원을 담당하는 남편은 남은 업무를 처리하러 모두가 잠든 밤늦게 퇴근했다.

첫째는 매일 방과 후 돌봄 교실에 가장 늦은 시간까지 덩그러니 혼자 남아 있었고

둘째는 매일 아침밥도 못 먹고 눈도 제대로 못 뜬 채로 일찍 어린이집에 등원해야 했다.

끝도 없이 막막하고 답답한 삶에서 우리 가족에게는 행복해지기 위한 대책이 필요했다.


1. 온 가족이 함께 제대로 된 식사를 먹고 싶었다.

한국에서는 우리 넷이 같이 식탁에 둘러앉아

밥 한 끼 먹는 횟수가 일주일에 한두 번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마저도 힘들고 시간 없다는 핑계로 손수 차려먹기보다는 간편하게 시켜 먹거나 주로 외식을 했다.

당연히 건강도 안 좋아졌고, 애들은 엄마 아빠가 해주는 밥이 소원이라고 할 지경에 이르렀다.

아이들과 같이 싱싱한 고기/과일/채소를 골라 사 와서 요리하고, 상을 차리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시간에 쫓기지 않고 천천히 먹는 밥 한 끼가 절실했다.  


2. 아이들에게 학원 뺑뺑이 말고 자연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소위 명문고-명문대-해외대 유학까지 8090세대 한국 사교육 일번지의 산증인으로 살아온

우리 부부는 대한민국 사교육에 이골이 났기에

아이들은 우리처럼 피 터지게 경쟁하고 공부만 하면서 어린 시절을 허비한 채 크지는 않기를 바랐다.

미취학아동 때부터 영유(영어유치원), 초딩 저학년도 논술/사고력수학 등등 학원뺑뺑이 도는

작금의 안타까운 현실에서

파벳보다는 노을, 하늘, 구름, 꽃, 개미, 도마뱀과 먼저 친해지는 삶이 되기를 소망했다.


3. 휴식과 자연이 필요한 우리 가족에게 발리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동남아에서 상대적으로 치안이 안전한 신들의 섬 발리는 (Holy Isaland of Gods)

빨리빨리의 민족인 한국인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질 만큼 

모든 것이 느긋하고 현지 사람들은 순박하다.

정글도 산도 바다도 있고 신선한 과일/식재료가 많아 각종 산해진미 맛집이 무궁무진한 발리는

세계 각국에서 온 다양한 인종이 넘쳐나기에 외국인에게 크게 이질감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맑은 하늘과 물놀이를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단순하고 무모하지만 용감하게 그렇게 발리에 오게 되었다.


발리 와서 공부와는 담쌓고 매일 수영하고, 도마뱀 구경하는 애들을 보고 있노라면

솔직히 이렇게 애들을 막 키워도(?!) 되는 것인지 부모로서 불안감은 있다.

여전히 학벌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학업성취도가 떨어지진 않을지 걱정도 있지만

너희 두 손에 책보다는 꽃을 먼저 쥐여주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어지는 글들에는 우리 4인가족의 우당탕탕 발리 정착기록과

관광객이 아닌 찐 현지인으로 발리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Sampai Jumpa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