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쇼디치의 에이스 호텔이었다.
2018년, 2019년 매주 토요일이면 노트북을 들고 혼자 아침부터 카페로 향했다.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 퇴근 후에도 에이스호텔에 자주 갔다. 1층엔 일할 수 있는 라운지가 있어 공부하고 작업하기엔 최적의 공간이었다.
그곳엔 수 많은 예술가들과 young professionals (커리어 쌓는 직장인들)이 즐비했다. 맥북 하나 갖고 소파에 걸터앉아 일하는 그들이 너무 멋져보였다. 내가 거기 속해 그들과 비슷한 삶을 산다는 것 자체에서 희열을 느꼈었다.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그냥 그런 내가 좋았다. 글로벌하게 살고싶어하는 꿈 많은 20대 청춘이었다. 그 시절의 나는 내가 봐도 반짝반짝 빛났었다. 내 하루하루가 황홀했다. 영국인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살아가는 내 모습을 나는 너무 사랑했다. 아마 지난 나의 글들에서 내 기분이 고스란히 느껴질 것이다.
그렇게 살다 귀국하고 1년 반이란 시간이 흘렀다. 지난 1년 반, 내게는 가슴아픈 일들이 많았다. 마치 예전의 나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나의 색깔을 잃어가며 긴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힘든 마음을 블로그나 sns에는 안적었으니 사람들을 잘 모를 것이다. 나를 여전히 예전 모습 그대로 기억할 수도 있겠지. 그치만 아니다. 나는 수 많은 ups and downs를 거쳤고 지금도 어쩌면 in progress일 수도 있는데 여전히 많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 힘든 여정에서 다행히도 나는 내가 원하는 직업을 찾았고 내가 좋아하고 또 잘하는 일을 찾았다. 이 열정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난 지금 ‘브랜딩’이 너무 재밌고 적어도 올해까지는 이 일에 미쳐있을 것 같다.
또 감사하게도, 나를 찾아주는 클라이언트가 점점 늘고있고 그분들이 나를 믿고 의지해주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나는 이 행복을 누려도 되는지 모르겠다. 지난 1년 반, 힘든 일을 너무 많이 겪어버려서 행복이 나를 찾아와도 그 행복을 온전히 즐길 수 없게 되었다. 과연 이렇게 다시 가슴 뛰어도 되는건지, 내가 감히 뉴욕과 런던을 품에 안고 더 높이 날아올라도 되는건지. 마치 난 누군가의 허락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너 예전처럼 다시 그렇게 살아도 돼” 라는 신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 같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난데.
내 자유로움에, 내 능력에, 내 꿈에 한계가 지어져버린 느낌인데 도대체 내가 귀국 후 뭘 보고 뭘 들었길래 뭘 겪었길래 이런 mindset이 내게 programmed 되었을까?
모르겠다.
그래서 각설하고
이 글의 목적은, 다시 예전처럼 살겠다는 다짐을 하려고. 다시 유럽/미국을 누비며 빛나는 삶을 살아가려고.
가끔은 서울 오피스에서, 가끔은 뉴욕에서, 가끔은 런던에서 노마드로 멋지게 브랜딩 프로젝트를 이끌며 살아가려고.
노트북만 있으면 내 능력을 어디서든 뽐내며 살아갈 수 있는 시대니까, 그리고 그 삶을 지난 수년간 꿈꿨으니까, 그리고 나 그럴 자격 있으니까.
다시 그런 삶을 생생하게 꿈꾸며 그려나가려고 한다. 아무의 허락도 필요없다. 내가 그냥 하면 된다. 내 삶을 내 멋대로 내가 꾸려 나가면 된다.
내 다음 목적지는
진짜, 뉴욕과 런던이다.
브랜딩 에이전시를 만들고 싶어졌다.
/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난 누가 내게 답을 줬으면 좋겠다. 남들과 다르게 살아도 된다고, 더 큰 꿈 꿔도 된다고. 나 현실적 이상주의자가 되버린 건가?
“몰라. 그냥 하자 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