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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화 Sep 27. 2021

'성(性)' 하면 떠오르는 것은?

'성(性)'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

"10대의 몸은 성인과 같지만 그들의 마음은 어린아이와 같다는 것을 늘 기억하라. 

마치 연을 날리듯 그들이 안전하게 스스로 날기를 배울 때까지 끈을 놓쳐서는 안된다." by 작자미상


  브런치로는 첫 만남이네요. 처음이니깐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드려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성(性)'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가장 먼저 드는 느낌은 어떤 건가요?"

 


 여러분 제목과 같은 질문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일반적으로 우리는 사람들이 '성'이라는 단어를 듣거나 볼 때 하는 생각은 대개 성관계, 출산, 쾌락, 윤리적 갈등... 이런 것들이 떠오르지 않나요? 아마 처음 떠오르는 생각은 성관계일 것 같네요. 예전의 저도 다르지 않았어요. 솔직히 "성관계" 자체가 바로 떠올랐지요. 다른 주제와는 다르게 성에 대해 이야기 하게 되면 거부감이 들기도 할테고, 이 자체를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것 조차 불편해할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반응들을 고려했을 때, 우리가 성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생각, 감정, 이미지, 인상 등은 우리가 살면서 겪었던 경험의 결과라고 결론 지을 수 있겠죠. 



  그렇다면 우리 머릿 속에 떠올리는 성에 대한 이미지는 어디서 온 걸까요? 성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이러한 이미지들은 주로 부모, 친구, 대중매체, 학교 등을 통해 배우게 된 것들이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포르노가 가장 많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즉, 우리는 이러한 주변의 영향과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성에 대해 특정한 방식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자, 그럼 다음을 생각해봅시다. 21세기 현대 사회를 살고 있고, 자율 주행 차들이 나오고 있는 이런 사회에서 우리는 과거의 사람들과 별반 다를 바 없이 성에 대해서는 매우 고리타분하고 제한적인 측면만을 떠올리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거에요. 이건 10대도, 30대도, 60대도 해당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인간의 성에 대해서 좀더 진지하게 정의 하고자 할 때 몇 개의 단어나 한두 개의 문장으로 성을 정의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고 불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했을 거에요. 그렇다는 것은 실제 '성'이 내포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포괄적이라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해요. 



  아이러니한 것은 보통 어른들은 언젠가 자신의 자녀가 사랑에 빠지고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실제로 청소년 자녀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양가감정을 느끼는 경향이 있어요. 물론 성적인 접촉이나 임신, 성병 등의 가능성에 대한 생각 때문에 걱정이 앞서는 것이겠지요. 이는 그 동안 21세기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을 음지에서만 이야기 해 오기  때문이에요. 제 진료 경험에서 예전 환자분이 생각이 나는데요, 이 분은 30대이신데 어머니와도 성에 대해 정말 다 오픈하고 이야기하시더라구요. 저 조차도 선입견이 있었나봐요. 그 모습을 보고 저는 처음에는 당황했습니다. 정말 제가 꿈꾸던 이상적인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었어요. 이 모녀 관계는 정말 돈독했고 서로를 존중하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딸이 성인으로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더라구요. 이 분들이 왜 그럴 수 있을까요? 사실, 미국에서 거주하는 분들이었어요. 잠시 한국에 들어오신거죠. 언젠가는 우리 나라에서도 이런 모습이 펼쳐지길 바래봅니다. 



  참 단순한 것 같지만 정말 복잡하고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죠? 생각하면 할 수록 아마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이 이어질 겁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환자들과 성에 대한 주제를 이야기 하면 할 수록 성 문제가 그 사람의 '자아개념'과 맞물려 있다는 것을 더욱 확신하게 되더군요. 예를 들면 성감이 없다는 중년의 여성들이 내담자일 때 그 들의 이전 히스토리를 쭉 따라가 보면 결국 성에 대해 문제가 있었고, 그로 인해 자존감이 어그러져 있었어요. 성 자체가 수치스럽고 더러운 것이라고 무의식 중에 강하게 생각하고 있다보니, 정말 좋은 파트너가 생겨서 성관계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섹스 중간에 애액이 안나오고 성감을 전혀 못느끼게 된 겁니다. 물론 모든 문제가 성과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직접적인 연관이 아니더라도 우리 삶의 문제를 성문제의 맥락에서 재조명해 볼 때 많은 통찰을 가질 수 있게 되요. 



  저와 만나게 될 모든 분들이 이 주제에 대해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말이에요. 이렇게 오늘 중요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네요. 진료실에서 브런치 작가 합격 소식을 듣고 문득 여러분께 던져 보고 싶은 물음이었어요. 다음에 또 다른 주제로 이야기 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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