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하는 사람은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 용기를 가지고 지금의 삶을 더 살아야 하지 않나. 죽을 용기를 가지고 살아야지. 생각했었다. 작가가 글에서 언급하는 종교단체, 다수가 긍정하는 사회적 시선처럼 자살은 나쁘고 좋지 않은 것이라고 말이다. 삶은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라고, 본인의 선택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자살하는 것도 본인의 선택임에도 그 선택을 존중하지 않았던 것이다.
'존엄사'에 대해서도 당사자의 자기 결정권이므로 고통받지 않고 삶을 존엄하게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이라 받아들였던 나였다. 찬성과 반대를 선택하라면, 찬성을 선택했다. 그런데 왜 '자살'에 대해서는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두 가지엔 죽음에 이르는 방법, 혹은 선택에 이르는 상황에 있어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혹자는 '존엄사'와 '자살, 자유죽음'을 동일선상에 둘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두 가지가 과연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존엄사', '소극적 안락사 대해서도 여전히 비난과 반대의 의견은 존재한다. 처음 이 단어가 들리기 시작할 때, 종교단체, 사회 여러 단체, 보편적인 다수의 집단은 반대의견을 피력하였지만, 점차 찬성하는 의견도 늘어나고 법적으로 허용하는 국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작가가 말하는 자살, 자유죽음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나쁜 것이라고 여겨질 뿐, 이를 인정하는 시각은 극히 소수일 것이다.
작가는 1장에서 '자살' 대신 '자유죽음'이라는 단어를 택하는 것에 대해서부터 시작한다. 각 장의 제목이 왜 그렇게 작성되었는지, 이러한 전개가 이뤄져야만 한다는 것을 각 장의 전개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자유죽음'이란 단어를 선택했던 것까지도 말이다. 통계, 과학 법칙, 의학이나 심리학적인 이론의 기반이 아닌 심리학 밖에서 작가의 시선으로 글을 전개해나간다. 그래서인지 쉽고, 예시들이 눈과 머리에 잘 들어와 앉은자리에서 계속 읽었던 책이다.
이 책을 모두에게 읽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조언과 관련된 책은 많지만, 죽음을 선택하는 방법에 대한 책은 없다. 그 이유는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옳지 않기 때문이고, 나아가서는 사실 죽은 사람들이 이 방법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이 책이 죽음을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죽음을 선택하는 것도 존엄한 선택임을 보여준다.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자유죽음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들이 왜 삶 대신 죽음을 택했는지 이해하는 첫 문을 열어줄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죽음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맞이해야 한다고 여긴다. 자연적인 노화, 질병이 아닌 자유죽음은 반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여겨졌던 것이 글을 읽으면서 이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여기게 된다. 태어남은 사람이 유일하게 선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죽음은 살아가면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아닐까.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선택이 존엄하듯,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도 인간다운 존엄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유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을 무조건 비난할 것만이 아니고, 인간성과 존엄성, 자유, 그들의 행복추구권에 근거한 선택임을 우리가 심사숙고하여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작가는 보여준다.
표지의 '생명의 존엄에 대해 사유하는 일은 이 책을 끝까지 읽는 일에서부터 시작될는지도 모른다. 말이 왜 쓰여 있는지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깨달았다. 그리고 다시 첫 페이지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