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걷는 걸 좋아한다. 여행을 가서도 뚜벅이처럼 구석구석 다 구경하며 머릿속에 나만의 지도가 그려지면 그 동네를 접수 한 느낌이 난다. 한국에 이사 와서도 두 달이 훨씬 넘도록 여기저기 걸어 다니며 탐험 중이다.
그러다 보니 길도 종종 잃어버린다. 여기서 좌회전 저기서 우회전 가는 법을 대충 외웠는데, 정신 팔려 걷다 보면 길을 잘못 들곤 한다. 새로운 길로 필라테스 수업을 가려던 그날도, 오거리에서 횡단보도를 다른 쪽으로 건너 이상한 데로 가버렸다. 그렇게 처음 보는 작은 길을 돌아 돌아 걸어 나가다 보니 숨은 보석 같은 곳들이 참 많았다. 아무래도 요리 소품 인테리어에 관심이 커서인지 예쁜 카페와 음식점들에 눈이 갔다. 나중에 꼭 다시 와보고 싶어 네이버지도에 열심히 핀을 찍었다.
그러다 문득. 다들 자기 자리 하나씩 차고 열심히 앞으로 살아나가고 있는데, 나만 제자리에서 뭐 하는 거지. 이곳에 내가 발 디딜 틈이 있나. 한국에 이미 내가 낄 공간이 없으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밀려들었다.
그냥 이렇게 식충이가 되어버리면 안 되는데. 뭐라도 해야겠다, 마음이 내 빠른 발걸음만큼 고새 조급해진다. 한국에서는 여유를 갖고 조금 천천히 살아보리라 다짐하고 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