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여유를 즐기며 대한민국의 구석구석을 찾는 국내 여행이나, 우리의 발걸음을 공항으로 향하게 하는 해외 여행이나, 국내외 어느 곳이든 행선지를 정하고 나면 여행일정을 짜고 또 그에 따른 짐을 꾸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행을 떠나기 전에 우리가 가장 먼저 준비하는 것은 무엇일까?
여행지까지의 교통수단? 가이드북? 아니면 여행용 배낭 혹은 캐리어?
보통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질문은
"어디로 갈까?"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심리와 철학 그리고 사랑의 본질을 다룬 에세이시리즈로 우리에게 친숙해진 이름의 저자.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을 통해 '어디로 갈까'가 아닌 다른 질문을 던진다.
나는 왜 그 곳에 가고 싶은가. 나는 왜 이 여행을 하는가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 있지만, 우리가 가야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저자는 자신 스스로 왜 여행을 하는지에 대해 물음을 던지며, 여행의 기술을 풀어 나간다.
저자의 전작에서도 나타나는 그의 특징은 대중과는 다소 다른 관점 (이따금씩 매우 시니컬한 태도)으로 사물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질문과 대답을 동시에 들려준다는 점이다.
여행을 주제로 여행을 떠나기 전의 기대감과 여행을 하며 느끼는 이국적인 것, 호기심들로 운을 뗀 그는 여행 속 풍경들을 더 오랫동안 간직하는 방법부터 여행에서 돌아와서의 우리가 지니는 습관 까지 여행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기술(技術)을 기술(記述)한다. 그리고 그가 들려주는 기술들은 여행의 동기부터 여행을 감상하는 포인트 등 우리가 놓치기 쉬운 것들을 날카롭고 예리하게 지적해내며 우리에게 던졌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나간다.
여행의 기술을 배우고 싶어한 독자들은 제목 그 자체만으로도 근사한 이 책의 첫 장을 펼쳐 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행의 기대와 현실은 다르다고 얘기하는 저자에 여행에 대한 회의감까지 함께 맛 보게 되지만, 곧 여행을 위한 장소들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모든 기회들과 여행의 동기에 대해다시금 느낌표를 던져주는 저자 덕분에 이내 곧 여행은 떠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임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남들이 지정해 놓은 명소와 아름다움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듯한 저자의 냉정한듯한 관점이 오히려 우리가 흔히 정의내리던 여행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 줌으로 우리 스스로 저자의 질문에 대해 한번 더 곱씹어보게 하는 책.
알랭드보통은 출발,동기,풍경,예술,귀환의 총 5가지 테마를 통해 우리가 한번쯤은 익히 들어보았을 법한 명작가,수필가와 화가 등 시대의 예술가들을 안내자로 세우며, 그들의 가이드를 따라 여행을 '제대로' 하는 길을 안내한다.
프로방스에서 지내던 빈센트 반 고흐가 찾아낸 사이프러스 나무의 움직이는 방식들을 포착하거나, 여행지의 아름다움을 직접 그림으로써 풍경을 나의 것으로 소유하는 법 등.. 각각의 장소에 관해 예술가들이 품었던 생각과 그 생각의 풀이법은 여행을 대하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버리게끔 도와준다.
막상 실제 계획하던 여행지에 이르렀을때, 여행 전에 한껏 부풀었던 기대감도 자신이 설정해 놓은 그림과 다른 여행지의 모습에 실망감으로 바뀔 수 있다. 아니, 오히려 여행지에서 돌아온 이후에 되려 허망한 가슴을 안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지금 나 자신의 일상 또한 여행 만큼 소중한 가치가 있는 것임을 깨달을 수도 있는 법.
단 1분이라도 하던 일을 멈추고, 하늘을 제대로 눈여겨 본 적이 있는가.
바구니 가장자리에 걸린 파슬리의 작은 가지 하나처럼 세밀한 순간에서 기쁨을 포착해낼 줄 알고, 사물과 주위의 진정한 모습을 알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기술.
책의 마지막장을 덮고 나니, <여행의 기술>은 비단 여행을 잘 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