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현재를 품어주고 안아주자「포기하는용기(이승욱)」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면접을 마치고, KTX에서 눈물 콧물을 흘리며 읽게 된 책이다.
가장 가고 싶던 회사의 면접이었다.
게다가 이번 채용은 사람이 너무 부족해,
눈코입만 제대로 달리면 일단 뽑고 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의 메가채용이었다.
단톡방에서도 속속들이 파이널 진출 소식을 알렸다.
평이하고 쉽다는 평가와 평소처럼만 하면 무난하게 통과할 것이라는 응원을 수없이 받았다.
긴장감을 다스리고자 약물의 힘도 빌렸다.
결과는 탈락이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는데 나는 뭐가 부족한 걸까.
탈락이 확정되자 열심히 달려왔던 23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한해를 다 바친 내 노력이 결국에는 물거품이 됐음을 인정할 수 없었다.
면접장에서부터 삐죽삐죽 흘러나오던 눈물은 나리언니와의 통화로 펑하고 터졌다.
한번 터진 수도꼭지는 쉽게 멈추지 않았다.
성취는 노력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내 부족함을 더 이상은 마주 보고 싶지 않았다.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 해 동안 나를 끊임없이 괴롭혀 온 질문이 다시 찾아왔다.
사실은 내가 쫓는 꿈이 남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한 도구가 아닐까
계속해서 회피해 오던 물음이었다. 꿈의 동기가 '내'가 아닌 '남'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나의 욕구가 타인의 인정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면,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밀리의 서재를 켜고 '포기'를 검색해서 찾아낸 책이었다.
"나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나에게 가장 올바른지 알지 못한다면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뜻입니다."
아직도 너무나 어려운 숙제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생각하는 올바른 삶은 무엇인지
생각나는 대로 써보자면, 우선 나는 '왜'가 이해돼야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다.
직장에서 목적과 의도가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강요받을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게는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않을 자유가 가장 중요한 가치다.
또한, 나는 새로운 것에서 영감을 얻고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다.
쓰다 보니, 새로움에 대한 욕구가 내 꿈의 동기가 아닌가 싶다.
포기하기 위해서 집어든 책에서도, 꿈의 근원을 생각하는 게 우습다.
덕분에, 내 꿈은 타인의 욕망인가 라는 물음에는 아니라고 답할 수 있겠다.
울면서도 아직은 꿈을 포기할 수 없는 때인가 보다.
'포기'라는 단어만 보고 절박함에 집어든 책에서, 내 욕망을 자세하게 관찰해 볼 수도 있었고,
팽창된 자아를 버리고 초라한 나도 사랑하자는 가르침도 얻을 수 있었다.
+ 정확히 6개월 뒤, 나는 같은 회사에 최종합격 했다.
포기하는용기(이승욱)
"책임이란, 내가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항변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하지 않았던 가에 대한 성찰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삶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때는 한순간이지만, 바뀌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한마디가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대신해 줄 수 없는 노릇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자기 욕망인지 아닌지를 밝혀 낸다면 그다음부터는 자신을 사랑하기가 한결 편해질 겁니다. 자신을 인정하는 것도 훨씬 쉬워질 겁니다."
"우리 삶에 대해 회의해 보자라는 말은 내 존재에 대해 회의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가 삶에서 가장 크게 가치를 두고 있는 것들에 대해 회의해 보자라는 말입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진정으로 추구해 본 경험이 있다면 알 겁니다.
결과가 어떻든 경험 그 자체만으로도 자신을 인정하고 나아가 사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요."
"누구의 인정도 바라지 않고, 세속적 보상이 없어도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켜낸 사람,
자신을 지켜낸 사람만이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선택의 그림자는 책임입니다.
선택은 자유라는 즐거움을 주지만 그것은 책임을 항상 동반하죠 그렇지 않으면 방종이 되고요."
"존재야말로 원래 초라하다는 것을,
그렇게 되기까지 제 삶을 돌이켜 보니 버림과 포기의 연속이었고, 불안과 뒤척임의 세월이었습니다."
"세상을 살다 보니, 인간을 믿기는 점점 더 어려웠졌지만 인간을 점점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모두 초라하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초라한 인간을 연민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우리는 더 이상 초라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