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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수 May 16. 2020

무기력함과 ‘브런치’라는 플랫폼

여러분들 글을 읽는 것은 참 행복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그냥 제가 찍은 사진입니다.


 해외에서 일을 하나 코로나 19 덕분에 반년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고생을 사서 하는 스타일인 나는 이번에도 역시 타이밍을 놓쳐서 전세기를 타고 왔다. 사실 1월에 동남아 3국을 여행하기 전에 내가 일을 하고 있던 말레이시아에서의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다녀왔는데, 마침 그 타이밍이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시점이었고 계속해서 직장이 구해지지도 않을뿐더러 사실 너무 열심히 여행을 한 탓에 후유증에 걸린 나는 ‘에라 모르겠다’라는 맘으로 하루 이틀을 지샌 것 같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갈 타이밍을 계속 놓치다가 결국은 늦게 특별기를 타는 상황에까지 놓였는데, 이때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더 상황이 악화된 지금은 정말 상상하기조차 싫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조금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무기력함에 빠져 있다. 그래서 나에게 무엇이라도 하게 만들어주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참으로 감사할 뿐이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은 과거에 구글에서 여행지 서치를 하고 뭔가 심도 깊은 내용을 검색하면 나오는 사이트? 였는데 사실 아무나 글을 쓸 수 있는 약간 폐쇄적인 티스토리 같은 공간으로 알고 있었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와서 엄청난 무기력함과 함께 엄청난 잠을 자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름 정도 지나고 나서는 머리가 한번 띵해서 ‘내가 뭐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내가 해외생활을 하면서 나중에 기억하고 싶은 사진들을 정리하던 도중에 나 자신이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을 글로 남겨놓으려고 블로그를 시작하려고 했다.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이글루라는 플랫폼에 글을 쓸까 생각하던 와중에 드는 생각이 블로그 배너, 대문 등등 꾸며야 할 것이 너무 많은 것이다. 난 단순히 글을 쓰고 싶은데 내 성격이 뭔가 다 준비되지 않으면 시작하고 싶지 않은 성격이라 대문을 만들고 이미지를 편집하고 하는 것이 너무너무 하기가 싫은 것이다. 그러다 다시 브런치를 만났다. 여기는 뭔가를 꾸밀 필요도 없고 글만 쓰는 곳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퀄리티가 높은 글도 많고 모바일 기기에 적합한 사용자 환경을 보고 나서 여기에 글을 써보기로 결심을 했다. 가입을 마치고 나서 글을 쓰면 되는 줄 알았더니 심사를 받는다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대충 슥슥 써서 자기소개부터 글 한편을 여행기로 대충 때웠는데 3일 뒤에 ‘죄송합니다’라는 메일이 왔다. 그러고 나서는 인터넷에 브런치 작가 되기를 검색했더니 재수를 하신 분들부터 5수를 하신 분들이 있다는 글이 보였다. 아 ‘대충 나만의 일기장으로 쓸 곳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서 한번 더 수정해서 글을 쓰고 또 ‘죄송합니다’를 경험했다. 이제는 나와의 싸움이었다. 자존심이 상한 나는 화려한 글을 쓸 것이 아니라 내가 경험한 이야기지만 남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특별한 경험을 써서 제출했다. 그 글이 내가 필리핀에서 생활했을 때를 회상하며 쓴 글인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실화다

 ‘소중한 글’을 기대한다는 메일이 왔다. 하마터면 글 열심히 쓸게요!라고 답할 뻔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나를 ‘작가’라고 불러준다니, 참 행복한 순간이었다. 이렇게 패스를 한 이후 요즘에는 아무 직업도 없고 쪽팔리지만 부모님께 용돈 받아서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는 나를 이렇게 글을 쓰면서 나의 추억들을 누군가에게 공유할 수 있게 해 준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참으로 감사하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그리고 여러 작가님들의 글이 나의 지식을 채우는데 정말 도움이 된다.


 앞으로 역시 내가 살면서 누군가에게 공유해주고 싶은 순간들을 글로 적어 내려갈 것인데, 글을 쓰면서 성장하는 내가 되고 싶다! 이런 무기력함의 늪에 휩싸인 아무것도 아닌 나도 글을 쓰고 있으니 여러분 모두 화이팅! 하셨으면 좋겠다!


2020년 0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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