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옹 Jan 31. 2023

부부상담 ep.1

나는 C급 며느리야?

남편은 당시에 나의 우울증으로 인한 정신과 진료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던 시기였습니다.

저는 부부상담을 받기 위해 남편을 설득하고 싶었고, 끝도 없는 이 싸움을 누군가 심판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지 어필했습니다. 주변에 이미 부부상담을 경험한 분들이 계셔서 그분들의 사례도 곁들였죠.


부부상담을 하면 좋은 점이 많습니다.

둘이서 머리 맞대고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오는 상태에서는 한 끼 식사도 맘 편히 할 수 없기 마련이죠. 하지만 부부상담을 하는 동안은 특별한 이유 없이 문제와 관련된 이야긴 꺼내지 않기로 약속했습니다. 상담하는 시간에만 이야기하고, 부부의 시간으로 돌아가서 다시 일상을 살 수 있는 것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큰 장점이었어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어도 남편과 대화를 하고 함께 웃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나와 남편을 각자의 가계도 기반으로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부부이기 전에 자녀로 성인이 되기까지 형성된 성향과 여러 가지 심리적인 이슈, 각자의 인생뿐 아니라 부모님들의 인생까지 조금은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럼 서로 감정적으로 공격만 했던 상대 가족의 행동까지 이해하게 되는 마법이 일어납니다. 그럴 수 있겠다 마음으로 이해가 됩니다.


하나 예를 들자면, 남편의 가정환경은 무탈하게 반듯한 길을 걸어온 것처럼 보이나 속이 곪아 있고, 그 부분을 남들에게 보이는 것을 꺼리는 편입니다. 하지만 제 가정은 부모님의 싸움과 이혼이 있었고 폭력과 학대, 방치가 있었습니다. 그 안에서 저희 부부는 생존을 위해 다른 방식으로 성장했습니다. 남편은 회피의 방법으로, 저는 바운더리를 명확하게 하지 못하는 문제로 인한 많은 부작용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되었죠. 상담 선생님이 각자의 가정환경에 대해 차분히 설명해 주셨고 서로를 많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저의 가정과 그로 인한 저의 잘못으로 이 모든 사달이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상담가께서는 상담 과정에서 부부상담을 잠시 중단하고, 저의 개인상담을 진행하자고 제안하셨고요. 그 계기로 저는 현재 정신과 진료를 받으며 약물치료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저만의 문제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부부상담으로 시작했지만, 저는 멀리멀리 돌아 이제야 평온함이 무엇인지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편안함과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의 중요성, 나의 안녕이 최우선이어야 함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부부상담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숨겨진 문제가 고개를 내밀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실망하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정이 없이는 건강한 관계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노력해 준 남편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부부상담 첫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른 부부상담은 어떤 레퍼런스로 진행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첫 상담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각자의 가정환경을 가계도 기반으로 객관적 분석을 한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이 여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걱정과 기대가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3년 귀속 구정에 시댁에 가지 않았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