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파르나스 타워에서 브런치

하늘 위에서 마주한 파리의 파노라마

by 장서은


이른 아침부터 딸이 분주했다. 오늘은 집에서 아침을 먹지 말고 브런치를 먹으러 가자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또 하나의 작은 여행을 시작하듯 집을 나섰다.


지하철에서 내려 마주한 곳은 210미터 높이의 몽파르나스 타워였다. 6층 이하의 낮은 건물들이 일정하게 펼쳐진 파리에서 수직으로 솟구친 이 건물은 마치 다른 시간대에서 건너온 이질적인 존재 같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6층 브런치 레스토랑 Ciel de Paris에 도착했다. ‘파리의 하늘’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곳은 그 이름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었다. 유리로 둘러싸인 실내에 들어서자 통창 가득 밀려드는 파노라마 풍경, 그 압도적인 장관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푸른 하늘 위 병풍처럼 드리운 흰 구름을 뒤로하고, 고고하게 서 있는 에펠탑의 자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그 아래 굽어지는 센강과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는 순간, 우리는 마치 파리의 모든 시간을 내려다보는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높은 곳에 오르면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지는 걸까. 바쁘게 시작된 아침은 어느새 느긋한 여유로 바뀌어 있었고, 식탁 위에 놓인 따뜻한 커피 한 잔마저도 이 풍경 속에서는 더 깊은 향기를 머금고 있었다. 이날의 브런치는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었다. 딸과 나란히 앉아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서로의 시간을 조용히 나누던 아주 사소하지만 오래 기억될 한 장면이었다


몽파르나스타워에서 여유롭게 브런치를 즐긴 뒤 딸이 데려간 곳은 한적한 골목 안에 자리한 브루델미술관(Musée Bourdelle)이었다. 파리 중심가에서 살짝 벗어난 위치라 그런지 관광객들로 붐비는 여느 미술관과는 달리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곳은 미술관이라기보다 예술가의 정원을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딸은 파리에 온 지 오래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숨은 보석 같은 곳을 알고 찾아다니는지 늘 신기하다.


브루델미술관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조각가 안토니 브루델(Antoine Bourdelle)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공간으로 그는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까지 활약한 예술가로 오귀스트 로댕의 제자다. 안토니 브루델은 로댕의 영향을 받았지만 점차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발전시킨 작가라고 한다.


미술관에는 그가 생전에 머물던 작업실과 생활공간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었고, 시간의 흔적이 배어 있는 아틀리에 곳곳에는 조각가의 숨결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발길을 옮겨 마주한 정원에는 그의 대표작 ‘헤라클레스 궁수’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활시위를 당긴 찰나의 역동적인 포즈와 강인한 근육 묘사는 보는 이의 숨을 멎게 할 만큼 강렬한 예술적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그 밖에도 정원 곳곳에 전시된 여러 작품 덕분에 조각 사이를 거니는 즐거움이 쏠쏠했다.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마저 예술 작품의 한 장면처럼 평화로워 보였다. 이 고요한 공간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딸의 마음이 느껴져 더욱더 감사함이 깊어지는 하루였다.


예술 작품처럼 펼쳐진 정원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