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지 못한 것 같은, 미성숙한 나의 모습에 실망스러울 때가 많다.
태도가 곧 기분이 되어버리는 순간,
소비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때,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말을 마음에 오래 담아둘 때.
그런 사소한 순간들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밤이 되면 다시 생각한다.
왜 아직도 이렇게 미성숙할까.
하지만 가장 미성숙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누군가에게 제대로 된 위로를 건네지 못했을 때다.
나는 원래 타인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이었다.
사회에 찌들면서일까,
그 공감의 방식도 예전과 달라진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를 위로하는 일이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이 말을 하면 상처가 되지 않을까.
이 말이 정말 위로가 될까.
그런 생각에 빠지다 보면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입을 다물게 된다.
친구는 말한다.
누군가 너무 힘든 일을 겪을 때
그 아픔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면
아무 말 없이 옆에 있어주는 것이 가장 맞다고.
위로란 적절한 말을 찾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의 곁에 조용히 머무르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진짜 소중한 사람들에게만큼은
따뜻한 위로를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서점에는 말과 대화에 대한 책들이 가득하다.
한때는 그런 책들을 읽으며
나도 이렇게 말해야지, 이렇게 공감해야지 하고 다짐했지만
결국 실천하지 못했고, 어딘가 인위적인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요즘은 그런 책들을 잘 읽지 않는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마지막 장면에서
박동훈은 이지안에게 묻는다.
“편안함에 이르렀나?”
그 장면을 보며 한참 생각했다.
얼마나 성숙한 사람이 되어야
타인에게 이런 말을 건넬 수 있을까.
그 질문 속에는
상대가 지나온 시간을 존중하며
조용히 안부를 묻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언젠가 나도 힘들고 지쳤을 때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를 받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런 경험이 쌓이고 마음이 자라다 보면
누군가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박동훈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