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단이 할머니

by 망청이

94세가 되신 할머니는
늘 곱고 단정한 사람이셨다.
눈썹을 정리하고, 립스틱을 바르며,
손톱에는 투명 매니큐어를 바르셨다.

요란하지 않았지만, 흐트러짐은 없었다.


사회 뉴스는 빠짐없이 챙겨 보셨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젊은 사람들만큼이나 잘 알고 계셨다.
우리는 할머니를 ‘신식 할머니’라 불렀다.

사위와 며느리에게 제대로 된 밥은 한 번도 해주지 않으셨지만,

그들에게 요구하거나 바라지도 않으셨다.

요즘 시대에 태어났어야 할 사람이었다.


할머니가 요양병원에 들어간 것도
누군가의 권유 때문이 아니었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였을까,
혼자 사신 게 너무 외로워서였을까.

할머니는 스스로 선택하셨다.
그 결정을 지켜보며, 엄마는 오래 울었다.


할머니가 쓰러지시고 병원으로 옮겨진 지
스물네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돌아가셨다.
너무 짧아, 이별을 준비할 시간조차 없었다.


장례식 동안, 엄마와 삼촌들은
하염없이 슬퍼 보였고, 지쳐 보였다.
살아생전 자식들에게 살갑지 않았던 할머니의 이야기를 꺼내며,
현실을 꾸역꾸역 받아들이는 듯했다.


엄마는 울면서 말했다.
“2년만 더 살지… 2년만…”
일 년에 열 번도 채 보지 못한,
그리움 가득한 할머니에게.

장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밤,

엄마는 깊이 잠들어 잠꼬대로
“엄마, 엄마”를 불렀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마음이 아팠다.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마에게는 큰 힘이 되었을까.
다시는 볼 수 없는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꿈속에서 보내는 듯한 밤.

엄마의 슬픔의 깊이를 알 수는 없지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느낌일 것이다.


엄마라는 존재는,
어쩌면 끝내 엄마를 부를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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