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incent Jan 24. 2022

단돈 100만원으로 시작한 스타트업

그저 살아남는 것.

아침에 눈을 뜨며 문득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퇴사를 결심했다.


항상 가슴속엔

나중에 꼭 내 사업을 해야지!


라는 마음이 있었다. 내 나이는 32살. 그러나 모은돈이라곤 전혀 없었다. 개인적인 집안 사정으로 빚을 갚아 나가고 있었다. 정말 매일매일 우울한 나날들. 주변의 또래 직장인들은 점점 조금씩 작지만 자기 집을 구했다. 물론 은행돈이긴 하지만.


 그러던 어느날, 아침에 눈을 뜨며 문득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0년 9월, 금융업에서의 약 7년여간의 경력을 마무리했다. 퇴사할 당시의 연봉은 약 5천만원. 그러나 매 달 내게 남는 돈은 없었다. 서울의 비싼 월세, 대출 이자 등등 챗바퀴 돌 듯 빠져나가고 나면 딱 한 달을 살기 위한 식비정도..

이건 그냥 시간을 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회사를 나가려는 찰나에 같이 일하시던 부장님이 물으셨다. "나가서 뭐 할거냐, 이직을 알아봤느냐" 나는 대답했다. "아뇨 전 제거 할겁니다" 대답을 들으신 부장님은 굉장히 놀란 표정을 딱 5초 지으셨다. 그리곤 말하셨다. "나도 같이 하면 안될까?" 나는 잠시 고민했다. 분명 내 입장에서는 매우 좋았지만, 나는 홀몸이고 부장님은 한 가정의 가장이신데.. 과연 나 좋자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으로 끌고 들어갈 수 없었다. 그리곤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형수님한테 허락맡고 오세요." 그렇게 내가 퇴사한 다음 달에 부장님은 바로 퇴사하셨다.


 당장 사업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당장 회사에 넣을 자본금이며, 법인 설립비용등도 빠듯했다. 먼저 무작정 시작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지만, 일단 정부지원사업들의 시기를 찾아봤다. 예비창업패키지를 따내서 사업을 시작하고자 했기에, 9월이었던 그때당시는 이미 사업들이 다 마감했던 시기였다. 내년 초를 기다리며 나는 먼저 내 스킬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원래도 안드로이드 개발을 취미로 했었지만, SBA(서울산업진흥원)에서 진행하는 SSAC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Flutter 를 배웠다. 그리고 독학으로 AWS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최악의 경우엔 혼자서라도 서비스를 만들기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매일 하루 4~5시간씩 자며 공부하던 때, 한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저 안부전화였다. 처음엔.

요즘 뭐하노


 나는 내가 퇴사하고 백수로 한껏 움츠리고 있다고 했다. 친구는 자기도 이직을 준비중인데 고민이 많다고 했다. 업계에서 그래도 7~8년 일했는데 연봉도 많이 오르지 않고, 너무 도태되는 것 같다고. 나는 무언가에 홀린듯, 어쩌면 불안했던 내 이기적인 마음이었을지도 모를 제안을 던졌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스타트업 하려는데 같이 할래?


 집이 부산이었던 친구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같이 하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내가 준비하는 기간동안 아무에게나 제안을 한것도 아니었고, 딱 이 두 분에게만 했는데, 모두 같이 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그해 11월 말, 종각에서 만나 식사를 하며 의기투합했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만들어야할 문화, 최종 목표까지 이야기했다.


 그렇게 셋이 시작했다. 친구는 AWS 아키텍쳐로, 부장님은 CTO로.



우리의 사업 아이템은 '우울증' 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면 나는 아마 그 당시 우울증을 겪고 있었던 것 같다. 어느날 문득 새로운 산업에 대한 뉴스를 읽다가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분야였다. 사실 한창 관심있었던 것은 머신러닝이었고 공부도 했었는데, 그 기술과 사람의 건강을 합친 분야라는 점에 머리를 아주 쎄게 맞은 것 같았다.

이거다!


왜냐하면, 나는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던 그 시기마저도,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


이왕 돈버는 거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벌자!


 이러한 생각으로 냈던 아이템이 하나만은 아니었고, 꼭 해결해 보고자 하는 아이템이 세 가지였다.


하나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환경문제,
또 하나는 보육원아이들이 나이가 되어 사회에 적응할 때 사회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
그리고 우울증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문제.


이 세 가지 중, 우리 팀이 가진 기술로 가장 빠르게 접근 할 수 있는 문제를 선택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동기부여는, 각자 지인들이 우울증으로 인해 안좋은 선택을 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서로 공감했기 때문이었다. 수중에 있던 단돈 100만원.


2021년 1월 1일, 그렇게 우리는 정신건강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