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 차례야
리아는 오늘밤에도 figma와 싸우고 있었다. 오늘 UI를 완성해 주려는 모양이다.
"빈센트~ 이제 네 차례야~"
'오케이! 이제 달리는 일만 남았다. 어디 보자... 어디...??'
figma를 연 순간, 나는 이때까지 작업했던 디자이너들과의 다른 그것들을 조우했다. 굉장히 날 것 그대로의 신선함이 양양 식자재 마트의 그것들과 닮아 있었다. 진열되어있는 수없이 많은 디자인 에셋들...
'그래 신선한 재료들을 도구삼아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야 일류 쉐프지'
나는 어느새 화면별로 에셋들을 코드에 배치해 나가기 시작했다. 사실 여백의 픽셀 포인트나 버튼의 크기, 에셋들의 자세한 비율 따윈 상관없었다. 그저 흰 도화지에 붓으로 마음껏 춤추는 화가와 같았다. 오히려 내가 코드를 작성하는데 더 자유로워졌다. 리아는 내게 개발 난이도와 자유를 같이 선물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작은 프레임 안에서의 자유. 흡사 혼자 개발하는 느낌이다. 다만, 나에게 너무나도 멋진 가이드가 옆에서 재잘재잘해주는 느낌. 셰르파를 데리고 자연을 마주하러 떠나는 그 느낌을 나는 가보지도 않았지만 느끼고 있었다.
"빈센트~ 이 앱을 만들어서 우리부터 퍼스널 브랜딩을 하자. 우리가 사용하고 싶게 만들어야 해"
"당연하지 리아. 우리가 사용하기 싫은 건, 남들도 사용하기 싫은 거야. 근데, 이렇게만 만들어진다면, 나는 사용하고 싶을 것 같아. 아니 이 행성들을 모아서 나의 은하계를 갖는다는데 누가 싫어할까"
그리고 다음 날, 우리는 속초로 향했다. 이유는 바다를 보며 일할 수 있는 최애 카페가 있는데, 그곳에서는 집중력이 배가 되어서 가자고 했다. 앉자마자 창 밖의 댕댕이가 나를 반겨줬다.
'열심히 달리렴'
그래 해보는 거야. 까짓 거 오랜만에 코딩하는데 너무 신나니깐.
오늘에서야 앱 아이콘이 완성되었다. 진짜 진짜 이건 작품이야.
저 역동적인 디자인과 눌렀을 때의 기대감. 나를 설레게 하는 그 기분이야말로 앱의 리텐션을 올리는 가장 근본적인 힘이 아닐까. 리아는 심미안이 굉장히 뛰어난 사람이다. 그리고 우리는 비슷한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이제 대부분의 UI는 나왔다. 이제 내가 유저별로 질문들과 모은 행성들 그리고 정보들을 서버랑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말이 쉽지 이건 개발의 50%를 차지하는 일이다. 다시 키보드와 함께 춤을 춰볼까
이제 내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