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들어 건방진 태양이 어디쯤 와 있는지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오늘은 못 만날 것 같다.
녀석의 색이 심상치 않다. 무슨 날인지 곱게 화장을 한 듯 보였다.
'하필 오늘이람...'
서쪽으로 가는 길에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역시나 당당하게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서서히.
마음을 접고 별동 네로 놀러 가 가야지 하는 순간 '천둥이'가 가래 끓는 헛기침을
게워내기 시작한다.
무슨 일이지? 화났나? 나한테 기척도 없이 갑자기...
아랫동네 사람들이 가끔씩 보이지 않을 내 주변과 매우 붉었던 태양이의 주변을
번갈아 쳐다본다.
나가도 되려나? 아니면 보이는 건가?
용기를 내서 반쯤 찬 몸뚱이에 힘껏 바람을 넣어본다.
아직 어둠의 시간은 남았건만 그렇게 하고 싶었다.
곧, 그가 나올 시간
그가 보인다. 바쁜 그가 보인다.
올려다보면 우리는 만나는 거다.
고개를 들어 날 찾기만 하면 우리는 또 오랜만에 만나는 거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날 찾기 시작했다.
'비님'이 안 오는 날이나, 구름님이 없는 날에는 날 찾는 이가 많지만
그는 항상 보이지 않은 시간에만 내 쪽을 올려다보았다.
'난, 항상 여기, 저기 어딘가에 있었어요!'
'보이지 않을 뿐...'
'왜 낮에만 날 찾는 거지요?'
그는 사라졌다. 인파 속으로. 건물 안으로.
'태양이'가 서산 아래로 떨어졌다.
어둠이 밀려왔다.
오늘 내 몸은 유난히 붉다.
'천둥이'가 비구름을 몰고 다가온다.
나는 곧 사라질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관심에서..
꽉 찬 보름에는 친구들이 참 많다. 하지만 오늘은 이도 저도 아닌 것이기에
비나 맞아야겠다. 태양이는 이제 완전히 숨었다.
저도 비 맞기가 싫었나 보다.
낮달로 지낸 그동안 그는 여러 번 날 찾았다.
태양이랑 같이 떠 있을 때 그가 날 유심히 오래 쳐다보았었다.
그날 우린 눈이 맞았다.
나는 오늘 보였다. 보였었다. 낮에
밝을 때.
나는 가끔 밝을 때 외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