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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 율 Apr 09. 2024

고개를 숙인다

몫 좋은 임시 논에

태생도 모르는 급조된 겸손이

연신 고개를 숙인다.


민초의  삶이 흐르는 물길마다

덜 자란 푸른 벼, 붉은 벼가

고개를 숙인다.


잊힐만하면 나타나서

곧 밥이  될 마냥

앉히지도 않은 취사놀이에


배고픈 시선이 목마른 눈길이

쭉정인지 밀알인지도 모른 채

그저 또 한 번 낫을 들어본다.


곧 발목 잘려 두 동강이 나는

겸손의 날은 사라져도

화려했던 신기루 같은 논을 바라보던


굶주린 허무함이 남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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