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원할 때는 해가 쨍쨍해서, 양산 들고 아들 씌워주고 킥보드 들고 가려니 쉽지 않다. 특히 엘리베이터 앞에서 하필 삐짐핑을 떨어뜨려서 딸래미 기분이 급격히 안좋아지긴 했지만, 차는 기분 좋게 탔다. 하원은 어렵진 않았다. 다만, 오늘 따라 아들은 왜이리 유아차에서 삥삥대는지. 다행히 딸래미가 말을 잘 들어주며 한눈도 안팔고 와서 오는 길은 힘들지 않았다. 다만, 딸애미가 집에 오자마자, "아빠는 어디갔어? 혼자 기다리고 있는줄 알았는데." 하는 아쉬움 섞인 말이 약간 마음 아팠던 것 말고는.
힘든건 저녁이었다. 한정된 시간(내일 아침에 잘 일어나게끔 하려면 서둘러서 루틴을 종료하고 재워야 한다)동안 둘을 목욕시키고 밥 먹여야 한다. 다행히 설거지는 남편이 퇴근 후 하기로 했어서 정리는 신경 안쓰고 이 두 가지만 하는데에도 너무 힘들었다. 둘째 목욕즈음엔 땀이 뻘뻘났다. 오늘따라 둘째는 유난히 목청껏 울어댔다. 아무도 달래주지 못하고 길어지는 울음이 혹시나 아기에게 좋지 않은 영향이 가진 않을까 염려될만큼. 우리딸은 보채지도 않고 혼자서 잘 놀고 밥도 잘 먹어서 너무 고마웠을법한데, 고작 브로콜리 하나 떨어뜨린 걸로 내가 크게 화를 내버렸다. 화낸 내가 미안해서 울고 있으니까 우리딸이 오히려 울지말라구 눈물 뚝 이렇게 나를 달래준다.
내일은 정말 화내지말아야지 따뜻하게 안아줘야지 내 사랑하는 아가들. 아이들에게 부모가 전부라는 오은영 박사님의 말씀, 이 아이들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다시한번 느껴져서, 그래서 더 미안해서 눈물이 났다.
미안함과 지침이 뒤섞여 흐른 땀과 눈물이 마를즈음 생각보다 일찍 퇴근한다는 남편의 문자가 너무 반가웠다. 오늘 낯선 곳에서 적응하느라 고생많았을텐데, 그런 내색없이 오자마자 쉬지도 않고 끊임없이 남은 집안일을 함께 해주었다.
기다렸던 취업이고, 다가올 두명의 육아에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닥치니 힘들긴 힘들다. 오늘은 첫날이니 점점 익숙해지면 괜찮아지려나. 같이 일상을 함께 했던 남편의 빈자리가 참 크게 생각되는 하루다. 우리딸도 아빠랑 매일 같이 함께 하다가 출근을 하게 되니 빈 자리를 느끼는게 보인다.
저출생을 해결하고 싶다면, 노동시간을 줄이는 게 일순위라고 생각한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추억을 쌓을 시간, 그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 곧 삶의 여유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는 보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