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가기 싫은 날

이유는 딱히 없었다

by Dean

아직 채 해가 뜨지 않은 1월의 어두운 새벽

알람 소리에 눈이 떠진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일단 침대에 걸터앉는다.

그런데 오늘은 너무 출근하기 싫다.


딱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데,

꼼짝도 하기가 싫었다.




유독 회사 가기 싫은 날이었다.

딱히 이유는 없다.

이유가 없다는 게 오히려 이유가 된다.


회사에는 아픈척하고 오늘 못 가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시 누웠다.

다시 잠이 들었다.


알람 소리 없이 눈을 뜨니 어느덧 점심시간이다.

햇빛이 커튼 사이로 비치고

집 안은 고요하다.

아침이었으면 못 느꼈을 햇살이다.


'지금쯤 점심시간이네.'


분명 쉬고 있는데 시계를 보면

회사에서의 일상이 연결된다.

하지만 요즘은 그게 나를 건드리지 않는다.


이 쉬는 날이 진짜 쉼이 되려면

정신도 같이 빠져나와야 하는데

머리는 오늘도 출근한 것 같은 기분이다.


예전엔 억지로 회사 생각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런데 이젠 자연스럽게 내게 떠오르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런 의미로 오늘 아침에 떠오른 '쉬자'를 받아들였다


오히려 마음이 가볍다.

약간의 해방감 같은 느낌에 가깝다.


'오늘은 내가 내 하루를 갖고 있구나'


이 감각이 꽤나 오랜만이다.




우리는 쉬는 날에도 계속 뭔가를 한다.

유튜브, SNS, 메신저...

눈을 뜨면 자동으로 세상과 연결된다.


쉬고 있는데 쉬지 못하고

누워 있어도 더 피곤한 이유는

여기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은 핸드폰을 방해금지 모드로 돌리고

세상과의 연결을 끊어냈다.

세상에서의 잡음이 사라졌다.


잡음이 사라지자

집 안의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냉장고의 소리, 침대의 바스락 거리는 소리,

내가 숨 쉬는 소리 같은 것들.




늘 그랬던 것처럼 나는 차를 마셨다.

물을 올리고, 찻잎을 넣고, 차를 내린다.

천천히 차를 음미한다.


건강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연초면 항상 하는 다이어트 때문인데,

꽤나 마음에 든다.

미용의 목적이라기 보단 디톡스에 가깝다.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든다.

오히려 이 기분 때문에 평소에

맛있는 것들을 많이 먹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책을 편다.

딱히 다독이 목표는 아니지만,

활자를 읽을 때의 편안함이 있다.




계획된 휴가는 아니었다.

아무 계획 없이 그냥 아침에 결정한 휴가이다.

나에게 이런 생각이 떠오른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나를 믿고 쉬어줬다.


가만히 집에 있으면서 나를 위해 보낸 시간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어디를 가지 않아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날이었다.


오늘은 그렇게 잠시 천천히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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