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빨리 성공할 필요가 없는 이유

초장 끗발 개 끗발

by 글빛소리

# 위로와 힘이 되어 준 법륜스님


나는 법륜스님의 강연을 좋아한다.

비록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즉문즉설'을 접한 후 특유의 재치 넘치는 입담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빛나는 강연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 길로 시립도서관에서 법륜스님의 책 두 권을 집어 들었다. 지치고 힘들었던 나의 삶에 큰 위로와 힘이 되어준 참 고마운 책이다.

<나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 준 법륜스님의 책>

# 행복이란 무엇인가?


어제 건강검진을 하고 나오는 길에 주차된 차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이것저것 세상 돌아가는 기사를 읽다가 우연히 법륜스님의 강연 전문이 그대로 실린 기사에 눈길이 머물렀다. 하나금융그룹 임직원 300명 앞에서 강연한 내용이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법륜스님의 답변 중 일부를 그대로 실어본다.

"특히 여러분들은 금융계에 종사하니까 돈을 많이 만지는데, 그 돈이 자기 돈이 아닌 줄 알아야 합니다. 돈은 종잇조각에 불과합니다. 너무 돈에 집착되어 있으면 여러분들의 영혼이 돈에 팔리게 됩니다. 제 생각에는 금융계에서도 환투기하는 사람들이 가장 자신의 영혼을 많이 소진하는 사람들 같아요. 하루에도 열두 번 넘게 사고팔고 하잖아요. 보상이 많을지는 몰라도 월가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피폐합니다. 돈 벌어 큰 집 사고 좋은 차 구매하며 스트레스를 풀지만, 대다수는 끝이 안 좋습니다.

젊을 때는 월급을 조금 받고 살아야 나중에 어려움에 부닥쳐도 그것을 극복하기가 수월합니다. 처음부터 인기를 많이 얻어 돈을 번 사람은 나중에 어려움에 부닥치면 이를 극복해 나가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옛날 시골 초당 방에서는 '초장 끗발 개 끗발'이라고 했습니다.

인생도 그렇습니다. 너무 빨리 성공하려고 하지 마세요. 천천히 가도 괜찮습니다. 조급해한다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즉문즉설이 여러분들의 인생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젠가 높이 쌓기 게임


작년 3학년 담임일 때 아이들과 게임활동을 했다.

짝수(왼쪽 팀), 홀수(오른쪽 팀) 번호로 반 아이들을 두 팀으로 나눈 뒤 젠가 블록을 한 개씩 쌓아 올려 제한 시간 내에 더 높이 쌓은 팀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블록 쌓기 게임에 참여 중인 작년 3학년 아이들>


한 명이 블록을 한 개씩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처음에 시작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 형태로 뒷 친구가 이어서 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짝수 팀은 '높이 쌓기'가 게임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었는지 블록의 넓은 면을 세워서 쌓기 시작했고 뒤 이은 친구들이 계속 그 형태로 쌓아 올렸다. 홀수 팀은 일반적으로 젠가 게임에서 블록을 쌓듯이 납작한 면으로 쌓아 올렸다. 초반에는 블록의 개수는 더 적었지만 블록을 세워서 쌓아 올리는 짝수 팀이 더 유리해 보였다. 그러나 빠른 만큼 바닥을 지탱하는 블록의 면적이 좁기 때문에 그만큼 리스크도 커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짝수 팀의 블록이 불안함을 견디지 못하고 한 순간 허무하게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처음부터 다시 쌓아보았지만 결과는 홀수 팀의 승리로 돌아갔다.


# 밑바닥부터 천천히 한 걸음씩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급변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들의 발걸음은 마치 어디에 홀린 듯 무언가를 향해 쉴 새 없이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빨리빨리'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하는 민족. 나도 그러하지만 엘리베이터 문 닫히는 3초도 기다리지 못해 닫힘 버튼을 두세 번씩 누르고,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기가 무섭게 당장 출발하지 않으면 1초로 안 돼서 경적 소리가 울리는 대한민국.


너무 빨리 성공하려 하지 말라는, 천천히 가도 괜찮다는 법륜 스님의 말씀은


빨리 쌓았지만 언제 와르르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한 우리에게

조금 느려도 괜찮으니 밑바닥부터 천천히 한 걸음씩 그러나 보다 견고하게 쌓아 가라따뜻한 견책의 메시지로 다가온다.


춥다는 핑계로 3분만 걸어 나가면 산책할 수 있는 수변공원을 걷지 못했다.

이제 봄도 되었으니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서서 꽃과 나무와 인사 나누고 하늘과 눈 맞춤도 하고 봄내음을 온몸으로 음미하며 '천천히' 걸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