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의 데이트

에세이_봄은 따로 오지 않는다 6

by 김초아

요즘 다섯 살 난 딸의 고집이 장난이 아니다.

첫째를 키워 본 경험으로 이 시기에는 당연히 그런 것이라는 생각에 떼를 쓰고 고집을 부려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었다.

아침 등원마다 옷이 마음에 안 든다, 머리가 마음에 안 든다며 투덜거리고 치마와 드레스, 티니핑, 디즈니 공주들에 푹 빠진 우리 딸.

둘째는 사랑이라더니 그 모습도 예뻐 그냥저냥 받아주고 넘어가는 편이다.

하지만 유독 그날은 떼가 너무 심해 나에게 혼이 나고 말았다.

열흘 전, 아예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는 딸.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아도, 어디가 아픈지 물어보아도 그냥 다 싫단다. 신발도 신지 않고 밖으로 나가겠다는 딸을 안고 신발을 두 손에 들고 부랴부랴 첫째를 먼저 학교에 데려다주었다.

점점 심해지는 투정을 내가 받아주어 이렇게 되었나 싶어 그날은 따끔하게 혼을 냈고, 아이는 울며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뒷모습이 가슴 아파 하루 종일 집안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로부터 며칠 뒤 담임 선생님과의 전화 상담에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요즘 여자 친구들이 한 명씩 엄마랑 데이트한다고 하루 놀고 다음 날 자랑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아,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그래서 가기 싫었구나.

5살인데도 자신의 속상함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 나의 딸.

첫째가 기분 상하게 말해도 가만히 듣고 크게 내색하지 않는다. 내가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하면 정말 싫지 않은 이상 군말 없이 따라준다. 벌써부터 속 깊은, 마치 어린 시절의 나처럼 애어른 같은 딸이라 평소 더욱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갔다.

그런데 요즘 늘어난 투정이 다섯 살이라 그런 것이 아니고 엄마랑 있고 싶어서였다니.

미처 생각지 못한 이유에 너무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만이 가득했다. 통화 후 아이를 꼬옥 안아주었다.

"우리도 데이트 가자!"


어린이집을 땡땡이치는 날. 오늘은 너 입고 싶은 치마, 옷, 머리핀, 팔찌, 목걸이 다 하라고 그랬더니 신나서 치장하는 예쁜 우리 딸.

"키즈카페 갈래!"

생각해 보니 둘째는 항상 오빠와 함께였다. 오롯이 엄마, 아빠와 시간을 보낸 적이 없었다.

키즈카페에서도, 공원에서도, 식당에서도, 마트에서도, 병원에서도 늘 질투 어린 첫째의 시선을 참아내느냐고 힘겨웠을 아이.

"오빠한테는 비밀이야~ 우리끼리의 비밀!"

그렇게 우리의 설레는 첫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행복했고, 평소보다 더욱 신나게 놀고 쉬지 않고 수다를 떨었다.


점심은 무얼 먹고 싶냐는 말에 짜장면이라고 하는 딸.

항상 서로 나눠먹느라 성에 안 차게 먹었을 짜장면. 오늘은 맘껏, 실컷 먹는 모습을 보니 내가 더 행복했다.

탕수육도 이렇게나 잘 먹었구나. 늘 첫째가 빨리, 그리고 많이 먹느냐고 느린 둘째는 조용히 주는 대로 먹었는데.

이렇게 좋아하고 잘 먹는 아이였구나.

많은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우리 다음에 또 데이트하자~"

종종 아이들 개개인과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족이 모두 함께하는 것도 좋지만 각각의 자녀와의 추억을 쌓는 것도 좋은 시간이라는 것을,

각자의 이야기를 더 잘 귀 기울여 줄 수 있고 아이의 먹는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그래서 엄마, 아빠는 너를 많이 많이, 아주 많이 사랑한다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다음 날, 폴짝폴짝 뛰며 어린이집에 가는 길. 기분 좋게 손가락 하트를 발사하며 행복한 모습으로 들어가며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실컷 자랑하고 오겠다고 큰 소리로 말하는 우리 딸.

"그래, 그래. 우리 다음에 또 데이트하자. 꼭 엄마가 그렇게 할게. 사랑해. 이따 보자."


새카만 눈동자에 동그란 눈이 나와 닮아 더 예쁜 우리 딸.

오빠에게 양보도 잘 하고 설거지와 빨래 개는 것을 시키지 않아도 와서 도와주는 우리 딸.

미용실을 무서워해 아직 가지 못하고 어른들께 인사하는 것이 부끄러워 엄마 뒤로 숨는 마음 여린 우리 딸.

나처럼 책 읽기를 좋아하고 춤추는 것도 좋아하는 사랑스러운 우리 딸.

나는 어린 시절 사랑한다는 말을 잘 듣지 못해 그게 아직도 상처라 하루에도 몇 번씩 어르고 달래고 안아주고 뽀뽀해 준다. 그게 아니더라도 그저 바라만 봐도 세상에서 제일 예쁜 모습에 그냥 사랑한다는 말이 나온다.


"우리 딸! 공주님! 엄마가 더 많이 사랑하고 안아줄게. 투정 부리고 떼써도 괜찮아. 그래도 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야. 사랑해 우리 딸.

우리 다음에 또 데이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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