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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문희 Apr 27. 2024

하이브 민희진 잡감

240426

  '하이브-민희진 사태'가 나는 크게  가지 이유로 흥미롭다.


25일 기자회견에서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모습. SBS 유튜브 갈무리.


  첫째는 민희진을 향한 공감과 응원. 민희진이 설정한 '개저씨 vs 열심 직장인' 구도에서 비롯된 감정일 텐데, 과연 이 사태를 그렇게 볼 수 있나. 민희진은 자칭 '월급 사장'일 뿐, 어도어 지분 20퍼센트를 지닌 대주주이자 인센티브만 20억원을 받는 존재다. 누가 누구한테 공감하나.

  그리고 능력자+열정러 직장인을 괴롭히는 '집단 따돌림', '정치질'이 익숙하다고들 하던데... 민희진은 sm 시절부터 압도적 퍼포먼스를 보여 왔고 뉴진스로 그 정점을 찍은 이른바 업계 '신화'다. 나 포함 보통의 여러분은 뭐랄까, 정치질 대상일 수가 없다. 공사 사이즈 안 나옴. 그저 자신을 (선량한) 피해자, 약자로 보는 자기 연민을 민희진에 투사하는 것 아닌지. 이 따지자면 공감은 민-방 아래서 근무해야 했던 직원들에게 향해야 한다.

  둘째는 그런 시선이 작동가능한 '판'의 존재. 민희진이 의도적으로 프레임을 짰건 말건 그보다 더 큰 구조가 있다는 의미다. 대중 설득의 방식과도 연관될 텐데, 애당초 여론 전체를 기자회견 한번에 뒤바꾸리란 기대는 민희진에게도 불가능했을 것. 다만 '우리 애들'이란 말에 감동하고 함께 분노해줄 범팬덤 집단과 위 프레임에 이끌릴 사람들 정도는 자기 편으로 만들 수 있다고 보지 않았으려나 싶은 게다.

  일부만 끌어들이고 나면 이후 전쟁은 그들이 치러준다는 게 이 판의 특징이다. '돌판'만 콕 집어 말하는 게 아니고(민은 물론 돌판 돌아가는 방식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요즘 정치인들이 지지자들을 활용하는 방식도 그리 다르지 않다. 하이브의 언플을 비판하지만 뭐 그리 다른가. 기자회견이란 행위의 구조변동이랄 수도 있겠고, 실상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여론이 생기고 변하는 프로세스란 게 어쩌면 본디 이러할 수 있으니. 회견의 목표는 애당초 범대중의 설득이 아니며, 당초 제기된 배임 미수 등 법적 실체를 규명하는 것도 아니다. 사안의 전모가 드러나기 전에 극장에서의 판정은 마무리된다. 공적 절차 뭉개기, 이게 콜로세움과 뭐 그리 다른가.

  셋째는 정제된 언어의 실종. 많이들 '시발새끼' 같은 욕설 사용을 두고 속시원하다는 둥 긍덩 평가하던데 그게 난 신기하다. 무려 기자회견, 기업 내 갈등 관련 자기 입장을 공표하는 자리 아닌가.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건 사회 생활의 기본이다. 단어, 말투, 리듬을 다양하게 쓸 줄 아는 건 교양의 산물이기도 하다. 전세계적으로 주목 받은 k팝 엔터 업계의 거물이 이래도 되나. 엔터 산업에니 창작자니 특수성을 갖다 붙이는 데에도 정도가 있다. 내가 외국 ceo라면 한국 산업 시장 전반에 신뢰도를 잃을 듯하다. 환호하는 한국 사회로 시선을 두자면 공적 언어체계의 붕괴, 그 단면일 테고.

  마지막으로 리더십 문제. 이수만 대 방시혁 얘기가 많은데, 전자는 별 돈을 주지 않고도 자율성과 인정만으로 민을 자기 편으로 두었다면 후자는 큰 돈을 내주고도 인정을 주지 않아 민과 갈라섰다는 주장이 그 요체다. 대체로 동의할 수 있는 분석.

  딱히 방시혁-하이브가 옳게 행동하고 있단 얘긴 아니, 그와 별개로 생각해 볼 대목이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 정도는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민희진은 긍정이든 부정이든 마냥 자기 입장을 꺼내기엔 한번쯤 자기 위치를 돌아본 뒤에야 입장을 정리할 수 있는, 집중 해석이 필요한 하나의 현상이 됐다고.

  그건 그렇고, 방시혁이나 박진영이나 민희진이나 왜 이리들 오만한가. 같은 사회 안에서도 승패자가 갈리는 걸 보면 그들 능력을 부인하기 어려우나, 개인이 잘 나봐야 인프라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명제도 못지않게 참이다. 박과 방에겐 사회겠고, 민에겐 그가 속한 기업의 지원도 더해 봐야 할 것이다. 게다가 그들 말 속엔 언제나 밑에서 구른 직원에 대한 리스펙이 안 보인다. 어째 늘 혼자 잘 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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