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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문희 Jul 11. 2024

노인만 잘못하는 운전은 없다

꼬다리


영화 <인턴>(2015)에서 주인공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가 운전대를 잡고 있다. 네이버 영화


  영화 <인턴>에서 스타트업 인턴으로 들어간 70세 노인 벤은 차량 운전을 계기로 30대 젊은 CEO 줄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술을 마시거나 허둥대는 이전 운전기사와 달리 벤은 안정적으로 운전하며 길도 잘 안다. 영화 <오토라는 남자>의 은퇴 노인 오토도 발군의 운전 솜씨를 가진 것으로 그려진다.


  정작 노인이 운전과 관련해 주목받은 영화는 주인공이 교통사고를 내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다. 데이지는 장을 보러 가다가 기어 미숙으로 사고를 내고, 걱정한 아들은 흑인 운전사를 고용한다. 다른 인종인 두 사람이 친구가 되는 과정이 영화의 핵심이지만, 이를 본 미래학자들은 고령 운전의 위험성에 초점을 맞춰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신드롬’이란 말을 만들었다.


  지난 7월 1일 60대 운전자가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해 벌인 사고로 ‘노령 운전자’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9명이나 사망한 데다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이라 충격이 컸다. 회사가 근처에 있다 보니 내게도 ‘무슨 일 있는 것 아니지’ 등 지인들의 연락이 여럿 왔다. 윤석열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등 정치권도 애도를 전하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중 하나가 노령 운전자 ‘면허 갱신’ 제도 변화다. 노령층의 경우 운전면허 갱신을 좀더 어렵게 해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지난해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대략 4만 건,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 수준으로 점점 느는 추세라 하니 우려에 근거가 없지는 않다. 유엔유럽경제위원회는 2050년엔 고령 인구가 2배로 늘어난다는 전망을 언급하며 운전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부분 언론도 ‘조건부 면허제’를 꺼내 드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것만이 적절한 대책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웃 나라 일본은 최근 차량 내 안전장치 부착을 의무화한다고 공표했다. 장애물 인근(1~1.5m)에선 액셀을 강하게 밟아도 부딪치지 않도록 시속 8㎞ 미만으로 속도를 억제하는 장치다. 이처럼 연령 구분 없이 오조작 자체에 집중한 방안도 가능하다. 게다가 이번 사고에선 가드레일이 제 기능을 못 한 채 판판이 부서졌다지 않나. 더 튼튼한 안전 방안이 마련돼 있었다면 결과가 달랐을지도 모른다.


  노령 운전자 증가는 고령화의 불가피한 결과이며, 택시나 버스처럼 운전을 생업으로 삼는 노인도 많다. 대중교통 환경이 열악한 지방 노인들에게 면허 박탈은 일상을 힘들게 만드는 요인일 수 있다. 20대 운전자의 교통사고 비율은 한때 다른 연령대 대비 무려 2.6배였는데, 그래도 ‘운전 미숙은 면허를 뺏자’는 등 얘긴 나오지 않았다. 운전 능력은 어느 연령대건 검증받아야 하며, 노인이나 장애인 등은 인지 기능 등 의학적 진단까지 함께 받도록 하는 종합 대책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뉴질랜드나 일본이 이렇게 한다. 노인 포함 시각, 인지 약자를 고려해 역주행 방지 등 안내판 글자 크기를 더 키우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이번 사고 분석이 개인 잘못으로 결론이 난대도 이런 종합 접근 필요성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노령층만 콕 집어 자격 운운하는 통에 안 그래도 일상화된 노인 혐오만 더 커지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늘 젊을 것 같던 내 아버지·어머니도 벌써 60대 중반, 우리 모두 언젠가 노인이 된다.


역주행 차량이 인도를 덮쳐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안전 펜스가 부서진 자리에 지난 2일 한 시민이 국화꽃을 놓고 있다. 경향신문 문재원 기자


*주간경향에 7월10일자로 게재된 글입니다.


*네이버 댓글창을 보니, "필자가 말한 모든 조치를 몇년 전에 했다 하더라도 이번 사고를 예방할 수 없었다는 게 문제다" "결국 운전자가 문제인거고, 근본적으로 전 연령에서 주기적 갱신 형태로 면허를 바꿔야 한다"라는 글이 있네요. 동의합니다. 다 같이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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