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 3대의 대화법

할머니가 전해준 '좋은 이성을 만나는 방법'

by 황섬


지난 토요일에는 엄마가 7월 4일이 생일인 나와 7월 6일이 생일인 딸에게 저녁 사주시겠다면서 집으로 초대했다. 매번 만날 때마다 고마운 것이 정말 이 냥반들 아직까지는 정말 건강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신 것도... 엄마는 얼마 전 백두산을 다녀오셨다. 그 이야기를 하는데 종알종알하는데 재밌게 잘 들었다. 우리 딸도 그 이야기 들으면서 재미났었던 모양이다.


엄마는 계속 손녀에게 혹시 좋아하는 남자 없냐, 너 좋아하는 남자 없냐고 물으셨다. 우리 엄마, 정말 너무 좋고 멋있었던 기억이 있는데...

나 고1 때 좋아하던 오빠가 있었다. 성당 성가대에서 만난, 노래 아주 잘 부르는 테너 파트 에이스였다. 1990년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에 애써 사탕이랑 초콜릿 다 준비했는데, 어떻게 전달할지를 모르겠는 것이다. 내가 그리 안절부절못하고 있으니 그때 엄마가 결단을 내렸다. 엄마가 나를 그 오빠한테 저벅저벅 앞장서서 데리고 갔다. 그 집 엄마한테 전화해서 지금 우리 딸 갈 테니까 같이 보자며.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온갖 밸런타인데이 선물로 가득 찬 쓰레기통만 한 둥근 틴케이스를 들고 따라갔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한 35년이 흐른 지금 우리 엄마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날 딱 갔더니만 그 남자애 고 2짜리가 너무 떨떠름해서 속상했었단다. 세상에 여자가 이렇게 용기 내어서 엄마까지 대동해서 왔는데, 버선발, 맨발로 쫓아 나오는 것이 아니라 데면데면해서 아주 섭섭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엄마, 걱정 마시길. 그 오빠가 이후로 나 외국 간 동안 한 3년 기다리고, 지금까지 오십 평생 세상에서 최고로 잘해줬던 남자였다. 어쩌면 내가 그쪽 방면으로는 박복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내 머릿속은 그리 기억하고 있다. 나한테 제일 잘해주었던 사람으로...


"희정이가 참 감성적인 애였어."


엄마는 딱 오늘 이 말 한마디 했다. 그 집 형제 이름은 모조리 여자 이름, 이 오빠 이름도 희정이었다. 이 오빠는 나의 지나간 수많은(?) 남편들에게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프러포즈 이벤트'를 해주고, 아무리 어린 시절이었지만, 내가 백 퍼센트 믿고 의지하던 사람이었다. 지금은 다른 데에서 잘 살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너가 남자들보다 훨씬 멋있게 잘 되어 있을 때 많은 남자들이 너를 원할 거야."


아, 할머니 왜 남자들이 나를 원해야 해요~하면서 깔깔깔 웃는 우리 딸. 할머니는 딸은 됐고, 손녀라도 좀 좋은 남자 만났으면 싶은 듯했다.


"얼굴은 좀 못생겨도 어깨가 바른 사람을 만나라."


아, 이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딸은 계속되는 할머니의 질문 공세에 영리한 답을 퐁, 퐁, 퐁 내놓는다.


"아, 저 어쩌면 고양이랑 평생 같이 살 수도 있어요, 할머니."

"아이고, 안 되지..."


손녀한테 이렇게 신신당부하는 우리 엄마 보면서, 그동안 나 서른 살 이후로 지켜보면서 나 때문에 얼마나 속상했을까 생각해 본다. 아유 참.....


"저 그냥 고양이랑 평생 혼자 살 거예요."


우리 딸, 되게 귀엽구나. 쿨내 나는 녀석. 내심 이 엄마도 딸이 고양이랑 재미나고 건강하게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혼자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이 번개처럼 나타나서 결혼하겠다고 선언할 수도 있고 말이다. 인생은 모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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