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저스라는 목표 달성 어플을 자주 사용한다. 일기 쓰기, 주 3회 운동하기 등 혼자 하면 실패로 끝나는 목표들을 참가자가 원하는 만큼 돈을 걸고 그 결과를 인증하면 상금을 주는 어플이다. 나는 보통 운동이나 다이어트 관련 목표를 많이 한 편인데 요새 특별한 챌린지를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침대 정리를 하는 챌린지, '억만장자의 아침 레이스'이다. 이 챌린지는 Jim Kwik이라는 사람이 주창한 1 billion Dollar Morning Routine 중의 하나에서 따왔다. 그에 따르면 억만장자들은 주로 일찍 하루를 시작해 아침시간을 주도적으로 보낸다는 점이 공통점이었고, 그들의 공통된 아침 습관을 하나의 루틴으로 정리했다.
1. 밤에 꾼 꿈 기억하기 2. 이불 정리하기 3. 물 마시기 4. 건강보조제 먹기 5. 숨쉬기/명상하기 6. 운동하기 7. 찬 물로 샤워하기 8. 차 마시기 9. 일기 쓰기/글쓰기 10. 하루 계획하기 11. 기사/책 일기 12. 스무디 마시기
그중 2번째 침대 정리하기가 챌린지 목표로 나온 것이다. 인증방법은 새벽 4시부터 아침 8시 사이 침대를 정리해서 어플을 인증하면 된다. 평일, 주말 상관없이 매일. 평소 일찍 일어나는 나는 지금 11일째 잘 진행하고 있다.
증거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평일 주말 상관없이 늘 6시에서 7시 사이에 일어나곤 한다. 물론 주말엔 이렇게 일어나서 아침 먹고 또 한두 시간(많게는 3시간까지) 낮잠 같은 아침잠을 더 자긴 하지만 그래도 늘 비슷하게 일어나는 편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주말에도 일찍 일어나는 나에게 거리감을 느끼겠지만, 더더욱 거리감을 느낄 만한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사실 거리두기 4단계 이전까지는, 주 4회 정도는 헬스장이나 필라테스에 가서 운동을 하고 출근하는 사람이었다. (요샌 샤워실 운영 금지라 못가고 있다.) 게다가 공복 운동은 영 힘이 나지 않기도 하고, 아침을 굶고 출근하면 너무 힘들어서 항상 밥을 챙겨 먹고 나간다. 메뉴는 다양하다. 시리얼이나 샐러드 같은 가벼운 아침뿐만 아니라 저녁에 먹다 남은 고기류들, 냉동 레토르트 제품까지 느끼하고 부대끼는 것도 별 거부감이 없이 당기면 먹는 편이다. 아침 필라테스 다닐 때는 소갈비를 구워먹고 갔다가 냄새가 몸에 배서 좀 민망한 적도 있었다.
아침 필라테스 인증과 실제로 아침 6시에 먹는 음식들.. 장어, 삼계탕 등(물론 저 시간에 요리는 못하고, 남은 걸 덥혀먹는 정도이다.)
미라클 모닝, 아침형 인간이 성공의 척도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고, 또 일찍 일어나 밥 먹고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마치 굉장히 자기 계발형 인간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목적이 있어서 일찍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원래 일찍 일어나는 편이었다. 초등학교 때도 등교가 8시 반이면 7시부터 일어나 신문도 보고 아침 먹고 사부작 대다가 정작 학교에 늦는 사람이었다. 중고등학교때는 잠이 좀 많아졌었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출근해야 한다는 긴장감에 깊게 못 자고 좀 더 일찍 새벽 5, 6시면 특별한 알람도 없이 깨어난다. 그렇게 원래 일찍 일어나는 시간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일 뿐이다. 그래서 남들보다 일찍 자기도 하고, 늦게 잔 날은 점심시간에 잠깐씩 꼭 자야만 한다.
원래부터 일찍 일어나는 편이긴 하지만, 요새는 이런 나의 몸에 감사할 때가 있다. 저 시간이 나에게 온전히 혼자라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시간이기때문이다. 나는 부모님 집에서 얹혀살고, 평일 낮시간에는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는 공연을 보러 가거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약속시간이 많다. 또 주말에도 밖에 나가서 사람들과의 약속이나 봉사활동, 문화생활을 즐기는 편이라 정작 나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갖는 게 쉽지는 않다. 자정 가까운 밤에도 내가 보는 유튜브와 커뮤니티, 단톡창은 늘 시끌벅적 하다. 그러나 새벽 5시쯤은 모두가 조용한 시간이다. 우연히 발견한 새벽시간의 고요는 나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작년 여름부터는 매일매일 꼬박 그 시간 즈음 일기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제 일을 정리하고 오늘 일을 가다듬는 시간이 나에겐 행복이다. 물론 그 일기 대신 아침을 먹으며 유튜브를 보는 시간으로 쓰이기도 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누구의 방해도 없이 혼자 있는 시간이라는 점이다.
많은 예술가들이 남들이 잠든 새벽시간에 작업을 한다. 아마 혼자만의 시간이란 느낌은 영감의 원천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나는 그 시간이 남들이 잠들고 난 시간이 아니라 조금 빠르게 깨어나기 직전 시간을 활용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