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문자cho Aug 06. 2024

(4) 예술가가 된다

차는 지식보단 기억이기에

예술이 뭘까?


챗GPT에게 물었다.


"예술은 인간의 창조적 표현을 통해 감정과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아름다움과 의미를 탐구하는 활동입니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고, 인간의 깊은 감정과 상상력을 발휘하는 중요한 매개체입니다“, 란다. 아름답지 않아도 예술일까? 챗GPT의 답이다. ”예술 작품은 개인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며, 이는 그 작품의 외형적 아름다움과는 무관할 수 있습니다. 그 가치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들로 구성될 수 있습니다.“


아는 내용이지만 괜스레 동의한다. 맞다. 예술은 필연적으로 아름답다. 심미적 활동을 넘어선, 그 다음 단계여야 예술이니까! 인간이라는, 고유하기에 아름다운 세계의 정점을 담는 매개체라고 예술을 정의해보곤, 그야말로 신비로운 것이라며 놀란다.


차를 이야기하는 공상과학 장르의 영화를 소개하고 싶다. 2021년 칸에서 개봉한 영화 <애프터 양>은 과학이 매우 진보한 미래 시대에 한 찻집을 운영하는 가정과 그들의 안드로이드 양아들, '양'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가정은 중국에서 입양한 딸이 헤리티지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지식전달자’로써 양을 구매했다. 안드로이드 '양'이 인간 아빠 '제이크'에게 묻는다. 차를 왜 마시나요? 차가 맛있나요?


나도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나는 차가 맛있나? 대체로 물보단 맛있지 않은가? 눈이 번쩍 뜨이는, 정신 못 차리게 강렬한 미각적 경험이었던 적은 잘 없다. 혹자는 차라리 물이 더 맛있다고 할 수도 있을 터. 차는 맛있지 않다. 그렇다면 인류는 풀맛 나는 물을 왜 그리도, 오래, 많이 마셨을까. 역사적, 문화적, 건강적 이유들이 떠오르지만, 어느 것도 눈이 번쩍 뜨이는 설명이 되진 못한다. 차는 맛이 있기도 하다. 차는 맛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예술이, 아름다움만으로 설명되지 않듯.


같은 질문을 받은 제이크가 골똘해진다. 맛이라. 어느 순간 차의 맛을 알게 되었지만, 그래서 차를 좋아하게 된 건 아니야. 젊을 적 어느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최고의 차를 찾아다니는 어느 남자에 대한 것이었어.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쫓는 본능처럼, 차에 매료되었어. 차의 맛은, 어느 숲속을 걸으며, 바닥에는 나뭇잎이 깔려 있고, 비가 갓 내린 후 멈춘 것 같은 습기가 차 있는 맛? 어쩐지 차 한 잔의 맛에 그 모든 것이 담겨있는 맛이야.


안드로이드가 차를 한 모금 마신다. 오랜 시간 정지한 후, 차가 혀의 맛봉오리들을 따라가는 것을 느끼며 어떤 깨달음을 얻으려는 표정을 짓지만, 곧 말한다. "숲의 맛을 느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차는, 신비로운 물질이라서 그 맛을 적절히 표현할 언어가 없다. 예술이 아름답냐는 질문이 주제에 비해 기초적이듯, 차를 맛있냐는 단순한 질문으론 대할 수 없다. 영화는 차의 맛이 시간과 공간에 대한 기억이라고 말한다. 양이 말한다. "차를 지식이 아닌 기억으로 간직하고 싶어요".


맛있는 차를 소개한다는 건, 차의 ‘경험’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차를 담을 다구, 함께 곁들일 다식, 찻자리의 이야깃거리. 이런 것들이 차의 채엽 시기나 제다법에 대한 정보보다 훨씬 차를 맛있게 한다. 제아무리 많은 지식으로 명차의 뛰어난 맛을 설명해도, 차를 맛있게 느낄 순 없다. 한획의 붓자국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미술 작품처럼, 차 경험은 그 자체로 신비하다. 차는 과학보단, 예술에 가깝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차를 마신다는 건, 경험을 하면 완성되는 과정이 아닌, 느낄 수록 점점 더 확장되어지는 행위다. 단출한 티백을 머그잔에 우려 먹으며 시작할지언정, 그에 그치지 않는다. 다인이 된다는 건, 발걸음마다 나의 세계를 확장하는 예술가가 되는 것. 우리 브랜드가 예술하길 쫓는 영혼들 가깝게 두며 브랜드를 전개해 나가는 이유다.


더 나아가, 우리 역시 예술에 동참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방식으로, 옆에서 공감하는 방식으로, 담아내는 방식으로, 하지만 침범하지 않는 방식으로, 예술인들을 지원한다. 소설과 차를 페어링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을 때 작가의 오롯한 시선을 담기도 하고. 영시를 지어 티하우스 구석 어딘가에 붙여놓기도 한다.

A sip of tea drives you to an imaginary destination.
A cup of tea holds a voyage that inspires your mind.

For those who have never been to Jeju Island
For those who have been to Jeju Island many times,
Our tea will take you somewhere in Jeju Island.

A lush field grows on volcanic soil, surrounded by wild waves.
There’s a saltiness in the air.

Clouds make the leaves a shade greener.
Sunshine encourages tender flavors.

Smell the aroma, and taste the influence of Nature.
No farmer is as deliberate as herself.

We do the littlest, merely to explore, learn,
Paying with our time,
and send out invitations written on a piece of Nature.

Steep a piece of nature.


다채롭고 드넓은 차 시장에서 '차 회사가 할 수 있는 다음 예술'은 뭘까?를 고민한다. 그런데 예술은 고민보단 작용의 산물이다. 차 시장이 도화지라면, 지우개가 아닌 새로운 크레파스로 같이 칠해나가고 싶다. 이미 보기 좋은 그림은 탐내서 굳이 한 획 얹지 않는다.


동료가 티하우스를 위한 작곡을 시작했다. 작사를 부탁해온다. LP판으로 만들어서 어디에 두려는지는 모른다. 그래도 앨범 표지 작업이 필요하단다. 그러니, 차 브랜드가 음악집을 낸다고, 놀라지 마시라. 별안간 미술 대회에 작품을 출품한다고 혼란스러워 마시라. 그것이 우리의 일, 창조적 표현을 통해 감정과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의미를 탐구하는, 우리의 예술이다. 영화, 음악, 문학, 미술. 차를 더 맛있게 제공하기 위해,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니.

매거진의 이전글 (3) 광고를 만든다, 숏폼으로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