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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Mar 25. 2024

총회룩?! 그게 뭐시 중헌디 (by초등교사)

총회 관련 검색어 대부분이 옷, 복장, 가방 같은 외적인 것들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공개수업과 학부모 총회 시즌이 돌아왔다. 매해 다른 아이들, 다른 학부모님들과 만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우리 반에 정말 예쁜 아이가 있다.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는 그런 아이. 학교에 오는 것이 너무 좋아 주말이 되는 게 싫다는 그 아이는, 얼굴에 언제나 웃음이 가득하다. 고작 8살인 그 아이는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주변의 어려운 친구를 알아서 척척 돕는다. 수업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심지어는 급식시간에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놀고, 먹는다.


대망의 공개수업&학부모총회 날. 내 수업 진행에만 급급하여 주변을 살피기 어려웠던 신규교사 시절과 달리, 수업을 하며 학부모님들의 반응도 살필 줄 알게 된 나는, 공개수업 내내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한 학부모님을 발견했다.


마치 내가 준비한 수업에 감사와 존중을 보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어진 학부모 총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는 그 시간조차도 여전히 변함없이 따뜻하고 교양 있는 표정과 태도를 보여주신다.


그제야 그 학부모가 우리 반의 예쁜 그 아이의 학부모임을 눈치채게 되었다. 그제야 다시금 확신한다.

“콩콩팥팥의 진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99.9프로의 확률로 확신한다.


매해 아이들을 가르치며, 학부모님을 붙잡고 “아이를 어떻게 이렇게 바르게 키우셨나요?” 묻고 싶은 아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의 부모님들을 만나면 이내, 답은 결국 하나라는 결론이다. 그 부모의 그 자식.


그것이 바로 내가 더 나은 사람,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공개수업과 학부모 총회 철이 돌아오면, 많은 학부모님들 사이에서 일명 “총회룩”이 화제라고 들었다. 그러나 교사입장에서 단언컨대, 학부모의 옷차림은 전혀 1도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총회를 듣는 부모님의 표정, 자세, 말투, 등이 더욱 관심이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지, 학교에 얼마나 신뢰를 보이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그러니 언젠가는 총회철에, 맘카페에 총회룩보다는 총회예절과 총회태도가 회자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현직교사가 말하는 공개수업 & 학부모총회 예절 tip

1. 적어도 수업 5분 전에 도착해 주세요. 특히 저학년의 경우 부모님들과 충분한 인사를 끝낸 뒤 수업을 시작해야 집중도 높은 수업이 가능합니다. 또한 수업 중간에 들어올 경우, 아이들의 시선이 분산되고 수업에 흐름이 끊깁니다.

2. 수업 중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은 최소한으로 해주세요. 또한 기념으로 찍은 사진이나 영상도 개인적으로만 활용해 주세요.(sns업로드 x) 내 아이의 소중한 순간을 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교사와 다른 아이들의 초상권도 지켜주세요.

3. 수업 중간에 아이에게 말을 시키거나 아는 척은 하지 말아 주세요. 간혹 아이가 정답을 말하지 못하거나 발표를 안 하는 경우, 부모님께서 개입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공개수업은 실제 교육을 보여드리는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교사와 학생들에게 수업의 흐름을 전적으로 맡겨주세요.

4. 수업이 끝난 후 꼭 학부모 총회에 참석해 주세요. 한 해의 학급운영 전반과 담임교사의 교육관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자리입니다. 혹여 시간이 안되시면 담임교사에게 인사라도 하고 귀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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