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처음 만난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며 시작해 보았다. 아이들의 이름과 얼굴을 좀 더 빨리 외우고 싶기도 했고, 아이들이 진심으로 궁금하기도 했다.
-형제자매가 있니?
-학교에 걸어오니?
-입학식날 기분은 어땠니?
등등.
그러자 아이들이 자기들도 선생님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다며 여기저기서 손을 든다. 내가 아이들에게 궁금한 것이 많듯, 처음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궁금한 것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하교를 알리는 종이 치는 바람에, 아이들에게 “내일까지 선생님에게 궁금한 것을 생각해 와서 질문하자. “고 말하고는 아이들을 보냈다.
다음 날, 아이들에게 선생님에 대해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마음 한 편으로는 걱정이 된다. ‘너무 개인적인 것을 물어보면 어쩌지?, 아직 나이는 공개하기 싫은데, 거짓말할 수도 없고,,‘
이윽고 하나씩 나오는 질문들은
모두 내 예상 밖이다.
-선생님은 좋아하는 동물이 뭐예요?
-선생님은 무슨 색깔을 좋아해요?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뭐예요?
-선생님은 무슨 음식을 좋아해요?
-두 번째로 좋아하는 음식은 뭐예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묻는다. 나이, 사는 곳, 결혼 유무, 몇 년 차 교사인지 등을 물을까 걱정했던 내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그렇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 두 번째로 좋아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며 나에 대한 소개가 끝났다.
이제 막 8살, 만으로 6,7살이 된 아이들. 아이들에게 새로운 사람과 가까워지는 방법은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들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이미 훌쩍 어른이 된 나는 감히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들. 어쩌면 상대방을 가장 잘 아는 방법을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선생님은 서울에 사는 34살 애가 둘이 있는 15년 차 선생님이야.”라는 소개 대신,
“선생님은 초콜릿을 좋아하고, 강아지를 좋아하고, 검은색과 갈색을 좋아하는, 그런 선생님이야.”라고 소개할 수 있어 좋다.
2024년 올해 왠지 시작이 좋다.